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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이 고향’ K연어, 반도체급 시장 향해 헤엄친다

등록 2022-05-09 08:59수정 2022-05-09 10:02

강원도 내수면자원센터 가보니
박문창 강원도내수면자원센터 시험팀장이 내수면자원센터 사육동에서 수조 안에 있는 대서양연어를 보여주고 있다. 수조 안에는 길이 10㎝, 무게 10g 정도 되는 아기 연어들이 떼를 지어 힘차게 헤엄치고 있다.
박문창 강원도내수면자원센터 시험팀장이 내수면자원센터 사육동에서 수조 안에 있는 대서양연어를 보여주고 있다. 수조 안에는 길이 10㎝, 무게 10g 정도 되는 아기 연어들이 떼를 지어 힘차게 헤엄치고 있다.

“춘천에서 태어난 대서양연어 치어들입니다. 부화율은 이미 연어양식 선진국인 북유럽 수준을 뛰어넘었죠. 케이팝(K-pop)처럼 ‘케이연어’가 세계적 인기를 끌 날이 머잖아 올 겁니다.”

지난달 19일 찾은 강원도 춘천시 소양강댐 하류에 있는 강원도 내수면자원센터. 대서양연어를 키우는 사육동 입구에서 박문창 시험팀장(해양수산연구사)이 지름이 2.5m에 이르는 대형 수조 5개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수조 안을 들여다보니 길이 10㎝, 무게 10g 정도 되는 ‘아기 연어’들이 떼 지어 힘차게 헤엄치고 있었다.

이곳에서 자라는 새끼 연어는 지난해 10월 아이슬란드에서 수입한 수정란에서 부화에 성공한 개체들이다. 수입한 수정란 5만개 가운데 4만8750마리(97.5%)가 부화해,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 등 연어 주산지의 평균 부화율 90%를 훌쩍 뛰어넘었다.

갓 부화한 어린 연어는 길이 2.9㎝, 무게 0.4g 정도로 작은 멸치 정도 크기다. 내수면자원센터는 지난해 12월부터 어린 연어를 사육동으로 옮겨 본격적인 양식에 들어갔는데 3개월여 만에 길이는 3배, 무게는 2배 이상 자랐다.

춘천에서 태어난 연어는 이곳에서 10월까지 길이 25㎝, 무게 100g 정도의 스몰트(민물에 살던 어린 연어가 바다로 내려갈 시기에 은백색으로 몸통색이 바뀌는 현상) 단계까지 성장시킨 뒤 동해안 최북단 고성군 송지호 해변 근처에 있는 강원도 한해성수산자원센터로 옮겨 해수에서 무게 5㎏의 성체 연어로 키운다. 박 팀장은 “본격적인 대서양연어 상업양식을 위해 2024년 완공을 목표로 해양수산부와 협업해 강릉·양양에 400억원(국비 220억원) 규모의 스마트양식 단지를 짓고 있다. 부화에서부터 해수 순치(적응), 전용 사료 개발 등 춘천 연어를 키우면서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스마트양식 단지가 조성되면 기업에 기술을 이전하는 등 본격적인 대서양연어 상업양식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국내산 대서양연어 양식 시대 개막

강원도 춘천을 시작으로 국내에서 본격적인 대서양연어 상업양식 시대가 열리고 있다.

연어는 은연어, 첨연어, 대서양연어 등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가장 대중적인 연어는 대서양연어다. 주황색 훈제 연어로 주로 소비되며 기름기가 가득하다. 연간 생산량은 260만t인데, 노르웨이와 칠레산이 80%를 차지한다.

전세계 연어시장 약 60조원 규모
67조원 규모 반도체 시장 맞먹어
국내 수입액도 5천억원대로 급증

수입 대서양연어 수정란 수만개
춘천 수조서 부화율 90%로 키워
고성 한해성수산자원센터로 옮겨
무게 5㎏ 대형연어로 자라게 돼

국내 연어 양식이 주목받는 이유는 상업성이 뛰어나서다. 전 세계 연어시장은 약 60조원 규모(약 480만t)로, 반도체(67조원) 시장에 맞먹을 정도로 크다. 현재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연어의 80%인 380만t이 양식으로 생산된다고 한다.

한국도 일부 양식장에서 은연어나 연어과인 송어 등을 양식하고 있지만 가장 인기가 좋은 대서양연어는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뷔페 등에서 연어 요리를 자주 접하면서 식습관이 서구화되고 연어가 건강에 좋은 ‘웰빙 먹거리’라는 인식까지 퍼지면서 국내 연어 수입량은 2010년 9374t(6891만달러)에서 2020년 4만2602t(3억5769만달러), 2021년 6만2730t(4억7621만달러)으로 최근 10년 남짓 사이 6배 넘게 폭증했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연어를 수입해 오는 최단 노선인 러시아 항공로가 폐쇄되면서 우회항로 운임이 3배 가까이 늘어나 수입가격마저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최성균 강원도환동해본부장은 “대서양연어 소비량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횟감인 넙치(광어)의 연 생산량 4만t을 추월했다. 수산자원의 급격한 감소로 잡는 어업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대서양연어 양식은 새로운 미래산업으로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박문창 강원도내수면자원센터 시험팀장(사진 왼쪽)과 직원이 내수면자원센터 사육동에서 수조 안에 있는 대서양연어를 보여주고 있다. 수조 안에는 길이 10㎝, 무게 10g 정도 되는 아기 연어들이 떼를 지어 힘차게 헤엄치고 있다.
박문창 강원도내수면자원센터 시험팀장(사진 왼쪽)과 직원이 내수면자원센터 사육동에서 수조 안에 있는 대서양연어를 보여주고 있다. 수조 안에는 길이 10㎝, 무게 10g 정도 되는 아기 연어들이 떼를 지어 힘차게 헤엄치고 있다.

■ 부산·포항·충북도도 대서양연어 양식 도전

대서양연어 양식에는 정부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100% 수입에 의존하는 대서양연어를 국내에서 생산하면 외화 절감 등 수입대체 효과가 크다. 해양수산부가 강원도와 부산, 경북 포항 등 3개 지방자치단체와 손잡고 대서양연어 양식을 위한 ‘스마트양식 단지’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스마트양식 단지 조성 사업은 부산이 가장 이른 2019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2024년 하반기에는 500t 정도의 국내산 대서양연어를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부산시는 기대하고 있다. 부산의 대서양연어 양식 사업은 물처리 기술 고도화를 통한 ‘친환경 양식 기술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위해 2020년 7월 해수 순환여과 기술을 보유한 지에스(GS)건설과 ‘스마트양식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했다. 해수를 정화해 연어 양식에 사용하고, 사용한 양식수는 여과해 재이용하는 기술을 국산화하겠다는 것이다. 곽일병 부산시 수산자원팀장은 “순환여과 방식을 사용해 양식장에서 쓴 물의 외부 유출을 최소화하는 등 친환경적인 양식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릉·양양 스마트양식 단지 조성중
“국비지원 받아 2년뒤 상업화 돌입”
부산·포항·충북서도 사업 추진 중

일자리 1645개·생산유발 1조 전망
“대기업도 참여…환경영향 감시도

강원도는 국내 대서양연어 양식의 ‘생산거점’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이를 위해 해수부와 강원도는 지난해부터 강릉·양양 일대 21만9천㎡ 터에 대서양연어 첨단양식 시험장과 산업단지 등을 짓고 있다. 특히 산업단지엔 ‘참치’로 유명한 동원산업이 2천억원을 투자해 2024년까지 11만6824㎡ 규모의 육상 연어 양식 단지를 짓기로 했다. 정선홍 강원도환동해본부 연어양식산업팀장은 “강원도는 2015년부터 대서양연어 양식 연구를 시작했고, 2019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육상양식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취득하는 등 앞선 기술력이 강점이다. 국내 소비 물량의 절반 정도인 연간 2만t 정도를 강원도에서 생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북 포항시는 지난해부터 기술·설비 표준화와 양식 전문가 육성을 통한 ‘대량 양식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민간사업자인 미래아쿠아팜, 노르웨이 연어양식기업인 닐스 윌릭슨사와 ‘포항형 스마트양식단지 조성사업’을 위한 투자협약을 했다. 포항시는 이들 기업과 협업을 통해 다양한 연어 양식 기술을 배워 국산화하겠다는 포부다. 이한솔 포항시 수산진흥과 주무관은 “닐스 윌릭슨사는 1883년 창업 이후 연간 3만2천t 생산, 7만t 가공능력을 갖춘 노르웨이 대표 연어양식기업이다. 연어 부화에서부터 치어 사육, 가공까지 최고의 기술을 축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과 강원, 포항이 추진 중인 대서양연어 양식 사업 현황. 해양수산부 제공
부산과 강원, 포항이 추진 중인 대서양연어 양식 사업 현황. 해양수산부 제공

바다 없는 충북도 연어 양식 사업에 뛰어들었다. 충북은 지난 2월 아이슬란드에서 대서양연어 수정란 2만개를 수입해 대서양연어 양식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충북은 내륙도라는 특성에 맞게 연어를 민물에서만 키우는 ‘대서양연어 내수면 완전양식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강동양 충북도 내수면산업연구소장은 “도내 양식장 40곳을 집중 육성해 연어 1천t을 충북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연어 가공과 연어 먹거리관광 산업을 연계해 연 460억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는 이들 지자체·기업 등과 협업해 2025년까지 대서양연어 종자 생산기술을 국산화하고, 2028년에는 수입물량(4만t 기준)을 전부 국내산으로 대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2029년부터는 중국과 일본, 홍콩 등 아시아 수출시장까지 개척할 계획이다. 해수부는 이 계획이 원활하게 추진되면 신규 일자리 1645개가 창출되고 생산유발 효과는 1조1809억원, 부가가치 창출 효과는 3949억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명래 해양수산부 양식산업과 사무관은 “대서양연어 양식은 기존 연어류를 양식해 기술을 가진 소규모 양식장에서 100g 정도까지 키운 뒤 대기업에 납품해 대형어로 키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대기업뿐 아니라 기존 양식업계도 협업을 통해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강원도내수면자원센터에서 태어나 자라고 있는 어린 대서양연어의 모습.
강원도내수면자원센터에서 태어나 자라고 있는 어린 대서양연어의 모습.

■ 대서양연어 ‘제2의 배스’ 우려도

대서양연어 국내 양식이 시작됐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국내 생태계를 교란하는 ‘제2의 배스’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 대서양연어는 다른 어종에 견줘 공격성이 높고 성장 속도가 빨라, 큰입우럭(배스)과 파랑볼우럭(블루길), 뉴트리아, 황소개구리처럼 토착 생태계를 교란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든 탓이다. 교잡에 따른 유전자 변질과 전염병 전파 우려도 있다. 이런 이유로 환경부는 2016년 대서양연어를 위해우려종으로 지정했고, 이에 따라 상업양식을 위한 수정란 수입 자체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대서양연어 양식을 위한 규제개혁 요구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결국 환경부는 2018년 생물다양성법을 개정(2019년 10월 시행)해 대서양연어를 국내에서 양식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강원도환동해본부 연어양식산업팀 박성덕 연구사는 “바다에서 직접 양식하는 것이 아니라 해변 인근 땅 위로 해수를 끌어와 밀폐된 환경에서 양식할 계획이다. 여기에 5단계 탈출 방지 대책을 마련했으며, 한달에 한번 환경부와 해양수산부에 관리 실태를 보고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 생물다양성과 최희정 주무관은 “대서양연어가 자연 생태계에 유출되는 일이 없도록 사전검토와 현장 확인까지 하는 등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만약 유출되면 즉각적인 포획·방제 등의 조처를 할 계획이며, 유출자에게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방침이다. 앞으로도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해서 조사하고, 사후 감시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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