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싸이의 ‘흠뻑쇼’ 무대 철거 중 이주노동자가 떨어져 숨진 사고와 관련, 철저한 조사와 책임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강릉시민행동은 1일 성명서를 내어 “안전점검과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강릉시와 (싸이 소속사인) 피네이션이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몬 당사자다. 수사기관은 철저히 조사해 책임을 규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이번 공연 이후 내년 4월까지 사용을 제한한 뒤 잔디를 새로 심을 예정이기 때문에 무대 철거가 급하지도 않았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위험한 철거 작업을 강행하다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원인을 노동자의 부주의로 결론지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홍진원 강릉시민행동 운영위원장은 “강릉시·피네이션은 책임지고 유족과 시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더는 노동 현장에서 노동자의 안타까운 희생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글을 올려 “이게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싸이 같은 ‘케이가수’들은 전 세계에 명성을 떨칠 수 있지만, 국내에서 그 공연의 물질적 인프라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은 그냥 과거처럼 목숨을 내놓고 위험천만한 환경에서 일해야 한다. 안전사고로 유명을 달리해도 책임자 처벌 등은 없다”고 지적했다.
경찰도 이 사건과 관련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강릉경찰서는 공연 관계자와 철거 업체 직원 등을 소환해 안전관리에 문제가 없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하도급 문제 등을 알아보고 안전관리에 대한 책임 여부를 가린 뒤 관련자들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강릉지청도 이 사건에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
한편, 지난 31일 오후 3시53분께 강원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조명탑 철거 작업을 하던 몽골 국적 노동자 ㄱ(27)씨가 15m 아래로 떨어졌다. 이 사고로 ㄱ씨는 심정지 상태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경찰은 ㄱ씨가 작업을 하다가 미끄러진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강릉종합운동장에서는 지난달 30일 싸이의 흠뻑쇼 공연이 열렸다.
이에 싸이 소속사 피네이션은 입장문을 내어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고인에게 진심으로 애도를 표한다. 유족분들에게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피네이션은 또 “고인의 마지막 길을 최선을 다해 돌보겠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 마련과 재발 방지에 책임감 있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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