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산불 임시 대피소에 도착한 구호물품 상자에 아이들이 사용할 수 있는 학용품과 음료가 가득했고, 두 통의 편지도 들어 있었다. 강릉시 제공
지난 11일 발생한 산불로 이재민들의 아픔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들을 응원하는 따뜻한 손편지가 잇따르고 있어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17일 강릉시의 설명을 종합하면, 한 강릉시민이 임시 대피소로 보낸 구호물품 상자에는 아이들이 사용할 수 있는 학용품과 음료가 가득했고, 두 통의 편지도 들어 있었다. 서툰 글씨로 ‘아레나(이재민 임시 대피소)에 있는 어린이들에게’라고 적힌 봉투 속에는 “불 나서 어땠어요? 당연히 무서웠죠. 하지만 걱정 마요. 나 마징가제트(Z) 슈퍼 OO이가 다 해결할게요! 스틱스 강(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저승의 강으로 맹세의 징표)에 맹새(세)할게요”라는 아이의 귀여우면서 속 깊은 약속이 적혀 있었다.
아이는 또 “그리고 이렇게 일이 커졌는데 아무런 도움을 못 드려서 죄송해요. 그레(래)도 최소한의 도움을 드리고 싶어요. 소방서 아저씨들에게 ‘그까짓 불 따위 진화해야 한다고 겁내거나 무서워하거나 밀리면 안 돼요! 힘내세요. 이 불도 언젠가는 꺼지겠죠!’라고 말해주세요”라는 응원의 글을 남겼다.
아이의 부모가 쓴 다른 편지에는 “갑작스럽게 집을 잃고 얼마나 황망하냐. 눈물도 나고 가슴도 너무 아프다. 어찌 도와야 할지 아이들과 회의한 끝에 아이들은 학용품을, 저는 음료를 준비하기로 했다. 하루빨리 쉴 곳이 마련돼 편안하게 생활하길 바란다. 수시로 관계 기관에 문의해 필요한 것이 있으면 전달하겠다. 멀리서, 가까이서 온 국민이 응원한다”고 전했다.
강릉 산불 임시 대피소에 도착한 구호물품 상자에 정갈한 글씨로 적은 메모와 비타민, 진통제가 한가득 들어 있었다. 강릉시 제공
서울에서는 정갈한 글씨로 적은 메모와 비타민, 진통제가 한가득 들어 있는 박스가 도착했다. 메모에는 “이번 강릉 화재로 인해 피해 입으신 주민들의 재산상 피해와 마음의 피해가 심히 크리라 생각된다. 작으나마 저의 정성을 보내드리오니 필요한 곳에 사용해주세요”라며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위로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곽연화 강릉시청 공보담당은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강릉에서 서울까지 산불로 피해를 본 주민을 위한 따뜻한 마음이 속속 도착하고 있다. 피해가 막대한 만큼 이 온기가 식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보내주시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