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강댐 하류 일명 ‘콧구멍다리’로 불리는 세월교 존치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세월교를 위에서 바라본 모습. 춘천시 제공
소양강댐 하류 ‘콧구멍다리’로 불리는 세월교 존치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강원도 춘천시 신북읍 번영회와 이장협의회, 주민자치회 등 주민들은 최근 춘천시에 “세월교는 반세기 동안 우리 곁에 있었으며, 관광자원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세월교를 존치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17일 현재 주민 2000명이 청원서에 서명했다.
소양강댐 준공 1년 전인 1972년 댐에서 2㎞ 밑 하류에 건립된 세월교는 2019년 바로 옆에 소양7교가 준공되면서 인도교로 전환됐다. 홍수 때 댐 수문이 열리면 물에 잠기는 잠수교 형태로 물이 월류하기 때문에 세월교란 이름이 붙었다.
특히 다리 아래 물이 흐르는 통로가 원형 관으로 돼 있는데, 콧구멍을 닮았다고 해서 주민들 사이에서는 ‘콧구멍다리’란 애칭으로 널리 알려졌다. 세월교는 소양강댐 물이 방류되는 여름철에는 피서 명소로, 겨울에는 빙어낚시 명소로 사랑받는 춘천의 명물이다.
주민들이 세월교 존치를 위한 행동에 나선 것은 춘천시가 내년 예산안에 세월교 철거비 13억원을 확보할 계획을 세우는 등 세월교 철거를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움직임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애초 세월교는 2015년 소양7교를 착공할 당시 이미 철거가 결정됐다. 소양강댐 방류 등으로 하천 수위가 높아지면 세월교가 물의 흐름을 방해해 바로 옆 소양7교 안전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하지만 당시 주민들이 반발해 철거가 무기한 연기됐다.
주민들은 세월교를 지역 명소로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숙희 강원도의원은 “소양강댐 먹자골목에 있는 세월교를 야간조명과 분수 등으로 새단장하면 춘천을 대표하는 관광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춘천시는 철거를 반대하는 주민을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다. 최동순 춘천시 도로관리담당은 “세월교는 이미 하천 기본계획상 ‘철거’로 돼 있고, 소양강은 국가하천이라 지자체가 아닌 정부에 권한이 있다. 주민설명회 개최 등을 열어 주민들을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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