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역사 ‘아카데미극장’ 허무는 원주시의회, 공고 절차 위반해가며

‘아카데미의 친구들 범시민연대’는 24일 오전 원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원주시의회가 통과시킨 아카데미극장 철거 내용을 담은 ‘공유재산 관리계획 변경안’이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카데미의 친구들 범시민연대 제공

원주시의회가 원주 아카데미극장 철거 내용을 담은 ‘공유재산 관리계획 변경안’(이하 철거안)을 통과시킨 가운데, ‘절차상 하자가 있어서 무효’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아카데미의 친구들 범시민연대’(범시민연대)는 24일 오전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법무법인 자문 결과, ‘원주시가 지방자치법 55조가 규정한 제출 안건 공고 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지방자치법 55조에 따라 긴급한 사정이 아니라면 원주시는 시의회에 제출할 안건을 미리 공고해야 하는데, 공고 없이 철거안을 제출해 위법이라는 주장이다. 지난달 11일 원주시가 공고한 임시회 부의 안건 목록에는 아카데미극장 철거안이 없었다. 이 철거안은 지난 3일 시의회 임시회에서 논란 끝에 찬성 13표, 반대 11표로 통과됐다.

범시민연대는 “전쟁이나 재난 등 정말 긴급한 상황을 대비해 예외적으로 만들어둔 조항이다. 지난해 8월 인수위의 사업 중단 권고와 지난 2월 부시장 주재 미래기획전문가티에프(TF), 3월 초 시정조정위원회 등 수개월에 걸쳐 논의를 이어온 원주시가 갑자기 ‘긴급’이라며, 공고 절차도 거치지 않고 의안을 상정했다”고 지적했다.

또 원주시 공유재산심의위원회가 회의 소집 절차를 지키지 않고 서면심의를 한 점도 절차상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범시민연대는 “조례를 보면, 회의 개최 7일 전까지 일정과 안건을 문서로 통지하고 개최 3일 전까지 회의 자료를 배부해야 한다. 회의 운영도 재적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하는 것이 원칙이다. 긴급 등 예외적일 때만 회의 개최를 전화로 통지하고 회의자료도 당일 배부할 수 있고, 서면심의로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원주시는 의회 개최 하루 전인 지난달 18일 공유재산심의위원회를 서면으로 개최했다.

신동화 범시민연대 공동대표는 “공고 없이 시의회에 철거안을 제출하면서 지방자치법을 위반했고, 사전 절차인 공유재산심의위원회도 급하게 열다 보니 스스로 만든 조례도 어겼다. 아카데미극장 철거라는 목표와 조급함이 만들어낸 졸속 행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원주시 쪽은 “안전진단평가에서 디(D)등급이 나오는 등 시민 안전을 위해 철거가 시급하다”고 반박했다. 한편, 아카데미극장 철거 예산안은 25일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박수혁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