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동해에서 미신고 펜션 가스 폭발로 7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고 현장 모습.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지난달 7일 오후 강원도 동해시 망상해수욕장 인근 아파트에 시 보건소 직원 6명이 들이닥쳤다. 겉보기엔 평범한 아파트지만, 숙박업 신고를 하지 않은 불법 업소다. 안에 들어서니 입실·퇴실 시간과 주의사항 등을 알리는 안내문구까지 붙어 있었다. 이 업소는 동해시가 온라인 숙박 중개 누리집을 살펴보던 중 불법 영업 의심지로 특정한 곳이다. 누리집에는 100㎡ 넓이의 이 아파트를 주중에는 30만원, 주말에는 50만원에 빌릴 수 있다고 적혀 있고 이용 후기까지 올라와 있었다. 동해시는 누리집 메시지 기능을 통해 단속까지 경고했지만 영업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이 숙박업소는 이날 공중위생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발됐다.
동해시가 불법 숙박업소 뿌리 뽑기에 나섰다. 동해에선 2020년 1월25일 펜션 가스 폭발로 일가족 등 7명이 목숨을 잃은 사고가 있었다. 사고 당시 해당 건물은 ‘펜션’ 간판을 달고 있었지만 숙박업 허가를 받지 않은 ‘다가구주택’이었다. 동해시는 이 사건 이후 전수조사를 통해 지금까지 불법 숙박업소 314곳을 적발해 행정지도를 했으며, 행정지도에 따르지 않은 49곳은 고발했다. 올해만 해도 불법 숙박업소 16곳을 적발해 형사고발 등의 조처를 했다.
하지만 대대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솜방망이식 처벌 규정 등의 이유로 불법 숙박영업이 근절되지 않고 있어 동해시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숙박 중개 누리집 운영자는 불법 숙박업소 여부를 확인할 의무가 없고, 불법 숙박업소 영업자도 적발 시 100만원 수준의 벌금을 내거나 집행유예를 받는 데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동해시는 정부에 △온라인 중개 누리집 영업자의 신고 확인 의무화 △미신고 불법 숙박영업 행위 처벌 규정 강화 등을 뼈대로 하는 ‘불법 숙박 영업행위 방지 특별법’ 제정을 건의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를 중장기과제로 분류한 상태다. 최기순 동해시 예방관리과장은 “불법 숙박업소는 안전은 물론이고 영세한 합법 숙박업자의 생계를 위협하는 문제”라며 “관련 제도 개선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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