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을 위해 분리해놓은 철거된 펼침막. 한겨레 자료사진
불법 펼침막 철거 활동을 하다 재물손괴죄로 형사처벌을 받을 뻔한 공무원들이 정식재판 끝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춘천지법 형사2단독 김택성 부장판사는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춘천시 공무원 ㄱ씨 등 3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불법 광고물 철거 등의 업무를 하던 ㄱ씨 일행은 2021년 8월26일 오후 4시 춘천시 온의동의 한 거리에서 1인시위 중이던 ㄴ씨가 가로수 등에 설치한 펼침막 6장을 철거했다. ㄱ씨 일행은 ㄴ씨가 집회 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법 광고물로 판단했고, ㄴ씨는 1인시위는 집회가 아니기 때문에 신고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펼침막을 철거한 ㄱ씨 일행을 재물손괴죄로 고소했다.
검찰은 ㄴ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ㄱ씨 일행을 약식기소했고, 법원도 약식명령으로 벌금 50만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ㄱ씨 일행은 “정당한 공무를 수행했을 뿐”이라며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재판에서 검찰은 펼침막이 관련 법령에 따라 적법하게 설치됐기 때문에 재물손괴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ㄴ씨가 펼침막을 사거리 여러곳에 띄엄띄엄 걸어둔 뒤 설치 장소로부터 상당히 떨어져 있는 의자에 앉아 있었던 점과 펼침막의 크기와 개수, 설치 장소, 이격 거리 등을 고려할 때 펼침막이 관련 법령에 따라 적법하게 설치됐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김 부장판사는 “ㄱ씨 일행이 당시 현장에 나가 이 사건 펼침막을 철거하게 된 경위와 목적, 의사, 취한 조처, 현장 도착 당시 상황, 이후 철거 과정 등 제반 사정에 비춰볼 때 철거 행위는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 형법 20조에서 정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형법은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정당행위로 보고 벌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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