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막 살인사건 내용을 담은 영화 ‘치악산’ 개봉을 앞둔 가운데 지역 이미지 훼손을 우려한 원주시가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강원도 원주시는 27일 보도자료를 내어 “실제 지명을 제목으로 사용한 영화 ‘치악산’에 대해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은 물론이고 영화 상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유무형의 피해에 대해 손해배상청구소송 등 강력한 법적 조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주시는 9월13일 영화 개봉을 앞두고 제작사 쪽과 2차례 회의를 통해 제목 변경과 영화 속 치악산이라는 대사가 등장하는 부분 삭제 등을 요구했지만 제작사 쪽이 이를 거부하자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원주시가 강경 대응에 나선 것은 영화가 치악산에서 벌어진 연쇄 토막 살인사건이라는 괴담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영화감독이 훼손된 주검이 등장한 비공식 포스터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게시했고, 이 이미지가 퍼지면서 더 논란이 됐다. 원주시는 최근 칼부림 사고와 등산로 성폭행 사건 등 강력 범죄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치악산을 배경으로 하는 잔혹한 괴담이 영화로 만들어져 그대로 상영되면 주민 불안감이 커질 뿐 아니라 모방범죄까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 치악산 한우와 치악산 복숭아, 치악산 둘레길 등 원주를 대표하는 명산인 치악산을 브랜드로 사용하는 농축산업계와 관광업계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원주시의 판단이다.
원강수 원주시장은 “전국 최고의 안전도시이지 건강도시인 원주의 이미지가 듣도 보도 못한 괴담으로 훼손되어 버리는 상황에 처했다. 영화 개봉으로 시민 누구도 피해를 보지 않도록 시 차원에서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화 제작사 쪽은 원주시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태도다. 제작사 쪽은 “제목 변경과 대사 삭제는 영화를 처음부터 다시 촬영해야 할 정도로 이야기의 연결이 맞지 않고, 주연 배우 입대로 재촬영 역시 불가능한 상황이다. 감독이 게시했던 비공식 포스터는 삭제 조처했다. 영화 개봉으로 원주시와 주민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명을 딴 영화 제목으로 논란이 벌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경기도 광주 곤지암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한 공포영화 ‘곤지암’과 전남 곡성군과 동명의 영화 ‘곡성’도 지역 이미지 훼손에 따른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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