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산국립공원사무소가 구룡사 길에 설치했던 금강소나무길 이름판을 철거하고 황장목 숲길로 바꿔 재설치했다. 황장목숲길걷기축제위원회 제공
일본 불매 운동이 벌이지는 가운데 치악산에서 일본 강점기에 명명된 금강소나무라는 이름판이 철거되고 우리 조상들이 쓰던 황장목이란 이름이 되살아나 눈길을 끈다.
치악산국립공원사무소는 이달 초 구룡사 길에 설치했던 금강소나무길 이름판을 철거하고 황장목 숲길로 바꿔 설치했다고 19일 밝혔다.
사무소는 또 구룡마을 진입로 대형 종합 표지판에 황장외금표도 추가했다. 황장외금표는 황장목 군락지를 일반 주민이 도벌하지 못하도록 표시해 놓은 일종의 보호림의 표식인 황장금표가 있는 지역을 알리기 위해 행인의 왕래가 잦은 곳에 설치, 출입을 못 하도록 경고를 하는 표석이다.
황장목은 강원도 일대가 주산지인 최고급 소나무로 조선시대 왕의 관이나 궁궐건축용, 선박 제작용으로 쓰기 위해 황장금표를 설치해 보호, 관리했다. 조선시대 지정된 황장금산이나 황장봉산 60곳 가운데 43곳이 강원도에 있고 치악산에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구룡사 일대에 3개의 황장금표가 있다.
하지만 황장목은 금강소나무로 더 많이 알려졌다. 일제 강점기 일본 산림학자 우에키 호미키가 황장목을 금강소나무로 명명한 후 금강소나무나 금강송으로 불리고 있기 때문이다. 황장목은 조선왕조실록은 물론 속대전, 만기요람 등에 수없이 나오지만 금강소나무나 금강송은 전혀 없다.
마을 주민들은 조상들이 예로부터 최고 품질의 소나무라고 부르던 황장목의 이름을 되찾아주자는 취지에서 2017년부터 황장목숲길 걷기 축제를 열고 있다. 이번에 치악산에서 금강소나무 대신 황장목이라는 이름을 되찾게 된 것도 주민들의 노력 덕분이다. 김대중 2019황장목숲길걷기축제위원장은 “최고의 소나무를 뜻하는 황장목이란 멋진 우리 이름을 두고 일제가 금강소나무로 이름을 바꾼 것은 창씨개명이나 다를 바 없다. 일제 잔재이므로 공공기관은 물론 국민도 쓰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2019치악산황장목숲길걷기축제가 오는 28일 오전 10시 강원도 원주시 구룡사 일원에서 열린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