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양구군이 남북한 백토를 합쳐 평화의 상징인 통일도자기를 만드는 사업을 추진해 눈길을 끈다.
양구군은 최근 ‘통일백토’라는 이름으로 특허청에 상표 등록을 마쳤다고 8일 밝혔다. 남과 북의 도예가들이 만나 각 지역에서 가져온 백토를 합쳐 통일도자기를 만들기 위한 태토(도자기를 만들기 위한 바탕흙)의 이름을 정한 것이다.
양구군은 지난 6월 중국 베이징에 있는 만수대창작사 미술관에 북한 쪽 관계자를 만나 통일도자기 제작과 도자교류전시회, 남북 도자 역사 세미나 개최 등의 사업을 제안하고 답을 기다리고 있다. 만수대창작사는 북한 미술 분야 최고의 집단창작 단체로 산하에는 조선화창작단, 공예창작단, 산업미술창작단, 조각미술창작단 등 10여개의 창작단이 있다.
양구군은 조선백자를 제대로 재현하고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남과 북의 백토를 모아 적절하게 배합하는 ‘통일도자기’ 제작 사업이 꼭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왕실 백자를 제작하기 위해 강원 양구와 경남 진주, 평북 선천, 황해 봉산 등 전국적으로 유명한 백토 생산지에서 난 우수한 원료를 채굴, 적절하게 배합해 사용했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 백자 제작에 사용되는 백토는 대부분 외국에서 수입된 것이다.
양구백자박물관은 백토 배합비율 등 백자 원료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연구가 시급하다고 보고 10여년 전부터 백자 원석을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 영국, 필리핀 등 해외 각국에 흩어진 백자의 원석도 꾸준히 수집, 분석해왔다. 이런 과정을 거쳐 현재 박물관이 수집한 원료는 국내외를 망라해 90여곳에 이른다.
그러나 조선백자의 근간이 된 황해도 해주와 봉산, 평안북도 선천, 함경북도 회령, 강원도 원산 등 북한의 백토가 필요하지만 남북관계 등의 문제에 막혀 수집하지 못하고 있다.
정두섭 양구백자박물관장은 “현재 증축하고 있는 도자역사문화실이 내년에 완공되면 지금까지 수집, 연구된 내용을 선별적으로 전시할 예정이다. 남과 북의 도예가들이 통일백토로 제작한 통일백자를 만들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주요 백토 생산지인 양구군은 2006년 양구백자박물관을 개관, 연구와 전시, 체험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