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구 임당초등학교는 30일 오후 졸업식에서 졸업생 3명이 중심이 돼 발간한 <세계사와 한판 놀아볼까? : 디엠제트(DMZ) 아이들의 세계사 이야기>를 선보였다. 사진은 이 책 발간에 참여한 학생들 모습. 강원도교육청 제공
전교생 30명에 불과한 접경지역 한 시골 초등학교가 단 3명뿐인 졸업생을 위해 ‘특별한 졸업식’을 마련했다.
강원도 양구군 동면에 있는 임당초등학교는 30일 오후 체육관에서 홍찬우·김나미·최성은 등 졸업생 3명을 위해 출판기념회를 겸한 졸업식을 진행했다. 졸업생 3명이 중심이 돼 발간한 <세계사와 한판 놀아볼까? : 디엠제트(DMZ) 아이들의 세계사 이야기>를 선보인 것이다.
이 책에서 홍군 등은 인류의 시작인 선사시대에서부터 고대 이집트 문명과 그리스, 인도의 카스트 제도, 로마제국, 진시황제, 중세, 이슬람 문화, 몽골제국, 프랑스혁명까지 세계사의 주요 사건을 23개 꼭지로 나눠 아이들의 시각에서 재해석했다. 348쪽으로 이뤄진 이 책은 주요 독자층인 어린 학생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만화로 시작해 세계사의 주요 사건을 그림과 글, 마인드맵, 숨은그림찾기, 시화편지 등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해냈다.
이 책은 졸업생 3명을 위해 영원히 기억에 남을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6학년 담임교사의 고민에서 출발했다. 이에 공감하는 졸업생 3명뿐 아니라 5학년 7명, 양구중·석천중·가정중 학생 3명, 결연학교인 강원외고 독서동아리 학생 5명 등 양구지역 학생 18명이 힘을 보탰다.
홍군 등은 지난 4월부터 세계적인 역사학자 에른스트 곰브리치(1909~2001)가 청소년을 위해 쓴 세계사 입문서 <곰브리치 세계사>를 바탕으로 독서활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4개 팀으로 나눠 조사와 집필을 맡았다. 학생들은 지금까지 임당초 도서관과 강원외고 도서관, 1박2일 독서캠프 등에서 26차례나 만나 독서모임을 진행했다. 조사와 집필 과정은 홍군 등 졸업생이 주도했고, 중·고등학생은 마을 선생님 역할로 초등학생에겐 어려울 수 있는 세계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양구 임당초등학교는 30일 오후 졸업식에서 졸업생 3명이 중심이 돼 발간한 <세계사와 한판 놀아볼까? : 디엠제트(DMZ) 아이들의 세계사 이야기>를 선보였다. 사진은 이번에 발간된 책 모습. 강원도교육청 제공
이날 졸업생 3명은 “이번 책 만들기는 시작부터 끝까지 우리가 주인공이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공부하고 글을 쓰려고 노력했다. 함께 책을 읽고 몰랐던 것을 배우고 대화한 내용이 책으로 발간돼 평생 기억에 남는 졸업식이 될 것 같다. 학생이 많은 학교에선 꿈도 꿀 수 없었던 졸업식”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은숙 임당초 교장은 “세계사 책을 출간해낸 졸업생의 모습을 보니 시골 학교에도 희망이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됐다. 그 희망의 공간이 우리 학교라는 것이 너무 고맙고 자랑스럽다”고 흐뭇해 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