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산천어축제를 앞두고 안전요원들이 축제장인 화천천의 얼음 두께를 재고 있는 모습. 얼음낚시터를 개장하려면 최소 20㎝ 이상 얼어야 한다. 화천군 제공
겨울답지 않은 포근한 날씨가 계속돼 개막을 일주인 연기한 강원도 겨울축제가, 이번엔 봄비처럼 쏟아지는 겨울비 탓에 또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28일 개막한 ‘평창 송어축제’는 비가 이어지자 7일부터 얼음 낚시터를 비롯한 모든 체험행사장 운영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축제위원회 관계자는 “안전을 위해 오는 10일까지 모든 행사를 잠정 중단할 예정이다. 기상 상황에 따라 더 짧아지거나 길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 4일 화천군 화천천 일원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사전 개장한 ‘화천 산천어축제 외국인 전용 낚시터’도 이날부터 문을 닫았다. 오는 11일 개막을 앞둔 화천산천어축제에선 이날 오전부터 축제 담당 공무원과 축제를 주관하는 재단법인 나라 직원들뿐 아니라 중장비까지 총동원돼 얼음판으로 흘러드는 물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천 상류 쪽에는 물이 갑자기 넘쳐 축제장을 엎칠 것을 우려해 물길을 돌릴 양수기까지 설치했다.
또 얼음판에 물이 흘러들지 않게 모래주머니를 쌓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
화천군 관계자는 “이제 겨우 얼음을 20㎝ 정도 얼렸는데 축제를 앞두고 많은 비가 내려 긴장하고 있다. 축제를 정상적으로 열 수 있을지는 내리는 비의 양에 달렸다”고 걱정했다.
산천어축제는 2016년 축제를 앞두고 내린 기습 폭우에 얼음이 녹아 축제를 일주일 연기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얼음이 일부 녹더라도 또다시 축제를 일주일 연기하기 쉽지 않다. 이미 올해는 얼음이 제대로 얼지 않아 개막일을 애초 지난 4일에서 11일로 한차례 연기했기 때문이다.
이에 군은 얼음판이 두껍게 얼지 않으면 낚싯대를 드리우는 얼음구멍 간격을 최대한 넓히고, 낚시꾼 수를 조절하는 등 대책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 또 5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수상 낚시터도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다.
또한, 홍천군도 비 때문에 걱정이다. 지난 3일부터 겨울축제를 열 계획이었지만 포근한 날씨 탓에 개막을 10일로 일주일 연기한 바 있다. 군은 당분간 얼음 낚시터는 운영하지 않고 600여명이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부교 낚시터만 운영할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포근한 날씨와 비 소식에 얼음이 얼지 않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눈조각과 얼음조각 등으로 유명한 태백산 눈축제도 겨울 가뭄과 내리는 비 탓에 위기다. 태백시는 축제장에 비가 오자 눈조각과 얼음조각을 보호하기 위해 대형 비닐 덮개를 설치했다. 태백시 관계자는 “눈이 내리지 않아 걱정이었는데 이제는 비까지 내리고 있다. 조각상을 보호하기 위해 비닐을 덮어두고 있지만 포근한 날씨 탓에 일부 훼손이 우려된다. 비가 그치면 보수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