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 소식에 산림당국은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 발령하는 등 산불 대응태세를 강화하고 나섰다. 사진은 동해안에서 발생한 산불 모습. 강원도 제공
19~20일 사이 강원도 동해안에 30년 만의 ‘태풍급 돌풍’이 예보되면서 산불예방에 비상이 걸렸다. 동해안에서는 2010~2019년 164건의 산불이 대형산불 특별 대책기간에 31건이 발생해 2910㏊의 산림을 태웠다.
강원지방기상청은 19일 새벽부터 오후 사이 영동지역 바람의 최대순간풍속이 시속 126㎞(초속 35m)를 넘고, 영서에는 시속 90㎞(초속 25m) 이상의 매우 강한 돌풍이 분다고 예보했다. 1990년 4월8일 대관령에서 시속 151.9㎞가 기록된 이후 30년 만의 강풍이다.
이에 산림당국은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 발령했다. ‘경계’ 단계는 대형산불로 확산할 우려가 있을 때 발령되며, 전 직원 20%가 산불취약지에 배치돼 비상근무를 한다. 또 초대형헬기 2대 등 산불 진화 헬기 6대를 전진 배치하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형산불을 막기 위해 산불 관련 전문가가 뭉친 전국 최초의 산불 협업조직인 ‘동해안산불방지센터’도 국방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 경찰청 등과 공조해 산불상황실 대응인력을 증원하는 등 공조체계를 강화했다.
센터는 산불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기상특보 위험지점에 소방장비(소방차 100대 이상)와 지상 진화대를 사전배치하는 등 준비태세를 강화했다. 또 동해안 6개 시·군에 기동단속반을 지정하고 산불드론감시반까지 출동해 순찰을 강화해 논·밭두렁이나 쓰레기 소각 등의 행위를 집중적으로 단속한다.
19일 이날 오전 7시3분께 강원도 원주시 흥업면 대안리 인근 야산에서 불이 나 임야 7000㎡를 태우고 1시간 30분 만에 진화됐다. 당국은 헬기 2대 등을 동원해 진화에 나섰지만 강한 돌풍이 불어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편, 강원도에서는 짝수·선거해마다 대형산불이 났다. 제15대 총선이 있던 1996년 고성 산불이 나 3762㏊의 산림이 불에 탔다. 제2회 지방선거가 있던 1998년에는 강릉에서 불이 나 350㏊를 태웠다. 제16대 총선(2000년) 때는 고성·삼척·경북 울진까지 2만3138㏊의 산림이 불에 타는 초대형 산불이 났다. 17대 총선이 있던 2004년에도 강릉 옥계와 속초에서 산불이 나 610㏊가 잿더미가 됐다.
산림당국 관계자는 “해마다 봄철이 되면 고온·건조한 날씨 탓에 대형산불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선별진료소와 같이 야외에 설치된 천막과 간판 등 시설물 관리와 안전사고에 주의하고 쓰레기 소각 등의 행위를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