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만 했으면 살릴 수 있었는데’…고물수집 60대 뺑소니범 검거

손수레를 끌며 고물을 줍던 60대 지적장애인을 차로 치고 달아난 20대 뺑소니범이 경찰에 붙잡혔다. 사진은 사고 차량이 지적장애인을 치기 직전의 모습이 담긴 폐회로텔레비전 갈무리. 철원경찰서 제공

손수레를 끌며 고물을 줍던 60대 지적장애인을 차로 치고 달아난 20대 뺑소니범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사고 직후 그대로 달아났고, 지적장애인은 다친 몸을 이끌고 가까스로 집으로 돌아왔지만 사흘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22일 강원 철원경찰서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8일 오전 9시5분께 철원군 갈말읍에서 혼자 사는 ㄱ(61)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웃 주민은 평소 손수레를 끌고 고물을 줍던 ㄱ씨가 보이지 않자 집을 방문했다가 ㄱ씨가 숨져 있는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한 경찰은 ‘ㄱ씨의 목과 척추뼈가 부러진 점 등으로 볼 때 외력에 의한 다발성 골절이 의심된다’는 법의관의 소견에 따라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ㄱ씨의 집에서 600ｍ가량 떨어진 왕복 2차로 도로에 설치된 폐회로텔레비전 분석 결과 지난 5일 오전 5시20분께 승용차 한 대가 ㄱ씨를 치고 달아나는 교통사고 장면을 확보했다. 또 집 근처 폐회로텔레비전에선 ㄱ씨가 다리를 절며 힘겹게 수레를 끌고 가는 모습을 찾아냈다.

당시 폐회로텔레비전 영상을 보면 길가에서 수레를 끌고 가던 ㄱ씨를 충격한 뒤 정차한 차 안에 있던 운전자는 20여초 뒤 차에서 내려 쓰러진 ㄱ씨의 주변을 돌며 30여초간 상태를 살폈다. 그러나 운전자는 끝내 쓰러진 ㄱ씨를 구조하지 않은 채 다시 차를 타고 그대로 달아났다. 사고 현장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던 ㄱ씨는 1시간 뒤인 오전 6시20분께 스스로 깨어나 손수레에 의지한 채 비틀거리며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도 포착됐다.

경찰은 폐회로텔레비전을 통해 달아난 승용차의 번호판을 추적한 끝에 사고를 낸 ㄴ(26)씨를 검거하고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ㄴ씨의 승용차는 오른쪽 전조등의 파손되는 등 사고흔적이 남아 있었다. 경찰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사) 혐의로 ㄴ씨를 구속했다.

ㄴ씨는 처음에는 ‘고라니를 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범행을 부인했지만 경찰이 사고 당시 확보한 폐회로텔레비전을 보여주자 “너무 무서워서 달아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ㄴ씨의 음주운전 여부는 사건 당시로부터 시간이 많이 지나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ㄴ씨가 사고 직후 즉시 112 또는 119에 신고하는 등 구호 조처를 했다면 피해자의 사망을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박수혁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