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춘천의 옛 미군기지인 캠프페이지에서 기준치의 최대 6배가 넘는 오염이 확인됐다. 2005년 반환된 이 땅은 국방부가 2012년 정화작업을 마쳤다. 한겨레 자료사진
2005년 반환돼 정화작업을 마친 옛 미군기지의 땅에서 기준치의 최대 6배가 넘는 오염이 확인됐다. 국방부의 토양 정화작업 부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춘천시는 18일 오후 시청 기자실에서 간담회를 열어 옛 캠프페이지에 대한 토양오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사 결과를 보면, 3m 지점에서 석유계총탄화수소(TPH) 수치가 3083㎎/㎏, 2m 지점에선 2618㎎/㎏이 검출됐다.
옛 캠프페이지 땅은 법정 토양오염 우려 기준 가운데 가장 강한 ‘1지역(기준 500㎎/㎏)’에 해당한다. 1지역은 논과 밭, 공원 등에 해당하는 기준치로, 2009년 정화 착수 당시 시민복합공원 조성을 위해서는 높은 정화 기준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반영된 것이다. 그런데 이번 조사에서 깊이에 따라 기준치의 최대 6배가 넘는 오염이 확인된 셈이다.
그러나 벤젠과 툴루엔, 에틸벤젠, 크실렌 등은 모두 불검출되거나 기준치 이하인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춘천시는 캠프페이지 토양오염 논란이 일자 지난 6일 깊이 1~2m에서 1곳, 3~4m에서 1곳 등 모두 2곳의 토양을 임의로 채취해 강원도보건환경연구원에 검사를 의뢰했다.
정화를 마친 옛 미군기지에서 기준치 이상의 토양오염이 확인되자 춘천시는 캠프페이지 전체에 대한 오염 정도를 전면 재조사하기로 했다. 토양오염 조사는 일단 춘천시 자체 예산으로 실시하고 나중에 국방부에 청구하는 방법을 협의할 계획이다.
옛 미군기지인 캠프페이지 땅이 기름에 오염된 사실은 춘천시가 시민공원 등을 조성하려고 문화재 발굴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캠프페이지 터는 춘천시 근화·소양동 일대 5만6000㎡ 규모로, 미군이 1951년부터 주둔하다 2005년 철수하면서 반환된 공여지다.
당시 국방부는 토양을 조사해 27곳(3만2511㎡)이 석유계총탄화수소(TPH), 9개 지역(3988㎡)이 벤젠, 톨루엔, 에틸벤젠에 각각 오염된 사실을 확인했다. 또 23개 관측정 지하수도 질산성 질소, 테트라클로로에틸렌(PCE), 벤젠 등에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한국농어촌공사에 의뢰해 토양 정화작업을 한 뒤, 2012년 춘천시에 캠프페이지 환경오염 정화 완료 검증 및 준공 보고서를 제출했다.
춘천시 관계자는 “캠프페이지 전체에 대한 토양오염도 조사가 끝나고 기준치를 초과한 구역에 대한 토양정화 작업을 추가로 실시할 계획이다. 정화 주체는 국방부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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