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원 원주의 한 아파트에서 일가족 3명이 숨진 사건과 관련, 경찰로 추정되는 인물이 온라인에서 쓴 수사 기밀이 빠르게 퍼져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1일 오후부터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 사건 발생 당시 아들의 주검 상태와 아버지의 전과 등의 내용이 담긴 글이 올라왔다. ‘나 당직 때 있었던 사건이네…’로 시작하는 이 글에는 아들의 두개골이 망치에 맞아 함몰된 상태였으며, 아버지가 1999년 군 복무 중 탈영해서 여자친구를 죽이고 17년을 복역했다는 내용 등이 담겨있다.
글쓴이는 ‘새벽 6시께 갑자기 저 사건 터져서 경찰서 발칵 뒤집혔다’는 등 사건을 직접 수사하거나 가까이서 지켜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내용을 열거했다. 글쓴이는 아버지를 살인범으로 지목하며, 글 끝머리에 아버지를 비하하는 내용도 담았다.
이처럼 수사 관련 내용이 온라인상에 퍼지자 경찰이 해당 글의 출처와 작성자 확인, 경찰 사칭 여부 등 경위 파악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글이 올라간 경위 등을 파악하고 있다. 내용이 사실인지는 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글 내용이 사실이고, 최초 유포자가 경찰로 확인될 경우 이 같은 행위는 형법상 ‘공무상비밀누설죄’에 해당할 수 있다.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했을 때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지난 7일 원주시 문막읍의 한 아파트 6층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났으며, 불이 꺼진 아파트에는 중학생인 ㄱ(14)군이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ㄱ군의 어머니(37)씨와 의붓아버지 ㄴ(42)씨는 아파트 1층 화단으로 떨어져 어머니는 숨지고, ㄴ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사망했다. 사고 아파트의 안방과 작은 방에서는 인화 물질과 유류 용기 등이 발견됐다. 두 사람은 올해 초 결혼했지만 성격 차이로 지난주 이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ㄱ군과 어머니의 주검에서 화상과 함께 흉기에 의한 상처가 발견됨에 따라 사인 규명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일가족에 대한 부검을 의뢰했다.
한편 ㄱ군은 올해 초부터 게임 유튜버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져 누리꾼들이 ㄱ군의 채널을 찾아 애도를 표하고 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