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미술 조각가 박희선을 기리는 전시회가 오는 26일까지 춘천문화예술회관 전시장에서 ‘새는 한 개의 날개로 날지 못한다’를 주제로 열린다. 박 작가의 작품인 ‘민들레-남과 북’ 춘천문화재단 제공
마흔살의 생을 불꽃같이 살다 간 민중미술 조각가 박희선을 기리는 전시회가 그의 고향 강원도 춘천에서 마련됐다. 6·15남북공동선언 20돌을 앞두고 남북 관계가 급속도로 경색된 가운데 분단을 넘어 통일을 노래한 전시회라 눈길을 끈다.
춘천문화재단은 오는 26일까지 춘천문화예술회관 전시장에서 기획전시 ‘새는 한 개의 날개로 날지 못한다:박희선’을 연다. 지난 11일부터 시작된 이 전시회에선 박희선 조각가의 대표작 ‘민들레-남과 북’, ‘우금치-씨알’, ‘바람맞이’ 등 조각 30점과 판화 10점 등을 만날 수 있다.
전시 제목은 ‘새는 한 개의 날개로 날지 못한다’로 정했다. 생전 박희선 조각가가 “새가 한 개의 날개로 날 수 있겠어”라고 했던 말에서 착안했다. 두 개의 날개는 남과 북, 좌익과 우익을 아우른다. 실제 그는 작품에서 남과 북을 대립이 아니라 상생으로 나타냈다. 때론 입맞춤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회는 생전 조각가의 절친한 친구였던 최태만 국민대 교수(미술평론가)가 기획자로 참여했다. 전시회의 주제는 ‘동행’으로 역사인식과 생명의 가치를 작품으로 표현해온 박희선의 예술세계를 재조명하기 위해 마련했다.
민중미술 조각가 박희선을 기리는 전시회가 오는 26일까지 춘천문화예술회관 전시장에서 ‘새는 한 개의 날개로 날지 못한다’를 주제로 열린다. 춘천문화재단 제공
1957년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나 성장한 박희선은 1997년 40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분단과 통일을 주제로 작업에 전념했다. 그는 1982년 마루조각회를 창립하면서 본격적으로 저항적 미술 운동을 시작했으며, 1988년 ‘한국성-그 변용과 가늠’, 1989년 ‘비무장지대’라는 미술단체도 결성해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금속이나 돌보다는 나무를 주재료로 씨앗과 한복 입은 여인, 도끼, 자물쇠 등을 소재로 가져와 생명과 분단, 통일을 주제로 한 작업을 주로 선보였다.
박희선은 또 한국적 정서에 부응하는 현대조각의 방향성을 모색한 조각가로 평가받고 있다. 동학농민혁명과 류인석·윤희순 등 춘천에서 일어난 의병운동, 5·18광주민주화운동 등 한국 근현대사의 주요 사건에 주목해 이를 조각으로 승화시켰다.
최태만 교수는 ”비록 짧은 생애였지만 박희선은 격동의 시대를 온몸으로 헤쳐나간 조각가였다. 그는 일관되게 분단을 넘어서 통일을 이룬 한반도를 염원했다. 두 개의 날개로 날고 싶어했던 그의 꿈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지만 통일이 되면 그가 작품을 통해 표현했던 상생의 정신도 새롭게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