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1일 강원 고성군 토성면 도원리의 한 주택에서 난 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인근 야산으로 옮겨붙으면서 번지고 있다.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지난 5월 발생한 강원 고성산불의 원인은 ‘화목보일러 부실시공’인 것으로 드러났다.
강원지방경찰청은 지난 5월 고성산불과 관련해 실화 등 혐의로 ㄱ(68)씨를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29일 밝혔다. ㄱ씨는 집에 화목보일러를 직접 설치하면서 연통을 부실하게 시공해 보일러실에서 난 불이 산불로 번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산불 발생 직후 수사본부를 꾸려 원인 규명을 위한 수사를 벌여왔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 기관과 합동 감식 등을 통해 화목보일러 연통 설치·관리 상태가 제품 사용설명서 기준에 맞지 않아 연통 중간 연결 부위에서 불씨가 새어 나와 산불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과정에서 화목보일러의 안전관리를 규정하는 법률이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 관계 기관에 관련 법률 제정 등 제도개선을 권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국민권익위원회는 화목보일러에 의한 화재가 잇따르자 산림청에 권고 지침을 만들 것을 요구해 산림청이 지난해 12월 ‘화목난로·보일러 사용지침’을 각 지자체에 배포한 바 있다. 실제 강원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 4월까지 4년간 도내에서 화목보일러로 인한 화재는 117건이 발생해 4명이 다치고 10억2000여만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산림청의 사용지침은 화목보일러 관리 방법과 설치 기준, 안전관리 방법 등이 명시돼 있다. 그러나 이 지침은 ‘권고’에 그쳐 소방기본법과 건축법을 강화하거나 상세 기준을 마련하는 등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화목보일러는 농촌 지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난방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나무를 너무 많이 넣거나 연통 안에 그을음, 타르 등이 쌓이면 과열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연통 관리 부실 등으로 불씨가 흩날리면서 고성산불과 같이 화재로 번질 우려도 있다. 이에 고성군은 산불 위험기간에는 숲 인근 주택의 화목보일러 사용을 제한하고 대신 이 기간 사용할 수 있는 기름보일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고성산불은 지난 5월1일 오후 8시4분께 고성군 토성면 도원리 ㄱ씨의 집에서 난 불이 인근 야산으로 옮겨붙어 시작됐다. 이 불로 축구장(0.714㏊) 172개에 이르는 산림 123㏊와 주택 등 6개 동이 전소했고, 주민 329명과 장병 1876명 등 2200여명이 대피했다.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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