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참전유공자회 강원 화천군지회가 지난 2월15일 참전용사회관에서 에티오피아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강원도 제공
“에티오피아 참전용사의 후손들을 위한 장학사업에 힘을 보내고 싶어요.”
11일 강원도 화천군 교육복지과 앞으로 영어 주소가 적인 국제우편물이 배달됐다. 미국 뉴저지주 한인 ㄱ씨가 보낸 이 우편물에는 정성이 가득한 편지와 1천달러 수표(약 120만원)가 함께 들어 있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 ㄱ씨는 이 편지에서 “얼마 전 우연히 화천군이 추진하는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후손에 대한 장학사업을 알게 됐다. 또 한국전쟁에서 피 흘린 에티오피아 파병부대 칵뉴대대원들 가운데 생존자들은 현재 생활고를 겪으며 어렵게 살고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귀환한 파병용사들이 1974년 쿠데타 뒤에 홀대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내가) 한국에 살 당시 어렵게 지냈던 과거가 생각났다. (나의) 조국을 위해 피 흘린 에티오피아 참전용사와 후손을 돕고 싶다”고 덧붙였다.
미국 뉴저지주의 한 동포가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후손 장학금으로 1천달러를 넣어 최근 화천군에 보내온 편지. 화천군 제공
칵뉴 대대는 1951년 에티오피아 셀라시에 황제가 황실근위대를 중심으로 한국전쟁에 파병한 부대로, 그해 4월12일 발대식에 이어 5월 부산항으로 입항해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한국에서는 강뉴부대로 불린 이 부대는 적근산 전투 등 강원 화천, 김화, 철원 등 최전선에서 258차례 전투를 치러 단 1차례도 지지 않는 불패 신화를 남겼다. 연인원 6037명 가운데 122명이 전사하고 536명이 부상했으나 실종병사와 포로가 없는 용맹성도 이 부대의 자랑이었다.
강원 화천군은 10여 년 전부터 에티오피아 장학사업을 벌여 해마다 참전용사 후손 100여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한림대와 함께 유학사업도 추진해 왔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ㄱ씨의 뜻에 따라 1천달러를 에티오피아 장학사업 기금으로 소중히 사용하겠다. 참전용사 후손들이 에티오피아 발전을 이끌어나가는 리더로 성장하도록 지원사업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