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건설로 사라질 처지에 놓였던 드라마 <겨울연가>의 유명 촬영지인 ‘준상이네 집’이 일부 보존된다.
강원도 춘천시 소양촉진2구역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준상이네 집을 완전히 철거하는 대신 일부 보존하는 방안을 춘천시와 협의하고 있다고 9일 밝혔다. 조합은 주택은 철거하더라도 집 안에 보관된 피아노와 침대, 전화기 등 가능한 많은 소품을 준상이네 집 모양을 재현한 전시관 등에 보존하는 방식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준상이네 집이 있는 기와집골 일대는 철거 후 지상 26층 아파트 11개동(1000여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하지만 조합은 춘천 한류 열풍의 중심이었던 준상이네 집과 강원도청이 위치한 봉의산의 서쪽 자락에 있어 춘천 관료와 중산층의 집단 거주지로 유명했던 기와집골을 관광·역사자원으로 보존하길 원하고 있다. 특히 준상이네 집 위치는 아파트 단지에서 공원이 들어설 곳으로 지정돼 있어 아파트 건설에 지장을 주지 않을 뿐 아니라 전시관 등 시설 설치도 가능하다.
우춘수 조합장은 “준상이네 집을 찾아가 봤는데 드라마 촬영 때 모습 그대로 원형 보존이 잘 돼 있었다. 집주인과도 얘기가 잘 되고 있다”고 말했다.
준상이네 집은 2002년 방송된 배용준·최지우 주연의 드라마 <겨울연가> 촬영지로 명성을 크게 얻은 곳이다. 이 드라마가 일본에서 방송된 이후 2004년부터 하루 500여명의 일본인 관광객이 방문하는 등 문전성시를 이뤘다.
당시 준상이네 집을 관광 명소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제기되자 춘천시는 수억원을 들여 매입하려 했지만 집주인과 협의가 되지 않아 실패했다. 이후 시간이 지나 한류 열풍이 식으면서 준상이네 집은 하루 20~30명 가량이 찾다가 최근에는 관광객 발길이 거의 끊어졌다.
이상호 춘천시 도시재정비담당은 “준상이네 집뿐 아니라 기와집골 일대가 춘천시민에게는 큰 의미가 있는 공간이다. 무조건 허물 것이 아니라 공원 안에 일부 시설물을 건설해 보존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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