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자 17명이 발생한 광주 학동4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의 철거공사 비위의혹을 수사하는 경찰이 18일 석면 철거공사 계약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광주 동구청 기후환경과 사무실에서 압수품을 챙겨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17명의 사상자가 난 광주 학동 재개개발지역 철거 건물 붕괴사고 배경으로 꼽히는 불법하도급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다원이앤씨 직원 2명이 증거인멸 혐의로 입건됐다. 다원이앤씨는 1990년대 전국 철거공사의 80%를 수주하며 ‘철거왕’으로 불린 이아무개씨가 설립한 다원그룹의 계열사다.
광주경찰청은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의 철거공사 계약 비위 의혹을 수사하던 중 다원이앤씨에서 증거인멸 행위를 확인하고 직원 2명을 입건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13일 다원이앤씨 대표의 사주를 받아 서울 사무실 내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통째로 교체해 계약과 관련한 전자정보를 없애고 이 같은 행위가 찍힌 사무실 폐회로(CC)텔레비전 영상을 삭제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13일 압수수색 과정에서 증거인멸 정황을 확인하고 해당 직원 입건과 함께 이미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로 입건한 업체 대표에게는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추가했다. 지금까지 철거공사 비위 의혹 관련 입건자는 11명, 사고원인 관련 입건자는 7명이다. 전체 입건자는 16명(중복 2명 포함)이다.
학동4구역 철거공사는 일반건축물 철거와 석면 철거, 지장물 철거 등 3부분으로 나눠 진행됐다. 석면철거 공사는 주택조합이 다원이앤씨와 계약했지만 실제 공사는 광주에 있는 백솔건설이 대인개발의 면허를 빌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건축물 철거(610개)는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이 한솔기업에 맡겼지만 백솔건설이 불법하도급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장물 철거는 주택조합이 한솔 등 3곳에게 발주했다.
붕괴사고는 일반건축물 불법하도급을 받은 백솔건설이 해체 계획서에 나온 순서를 지키지 않고 건물 중간 부분부터 철거하다 발생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다원이앤씨가 일반건축물 철거와 관련해 백 솔 건설에 철거 공법을 지시했다는 의혹 등 다원이앤씨가 석면철거뿐 아니라 다른 철거공사에도 관여한 의혹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한편 9일 광주시 동구 학동4구역 공동주택 재개발 공사 현장에서 철거 중인 5층 건물이 도로 쪽으로 넘어지며 시내버스를 덮쳐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쳤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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