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희 열사의 아버지 고 박심배씨.박승희정신계승사업회 제공
분신으로 군사정권에 저항한 딸 박승희 열사의 못다 이룬 꿈을 이루려 한평생 사회운동에 나섰던 박심배씨가 12일 오후 별세했다. 향년 75.
지병을 앓던 고인은 전날 전남 화순전남대병원에서 숨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1946년 무안에서 태어난 박씨는 1991년 둘째 딸 박승희 열사를 잃은 뒤 목포민주시민운동협의회 공동의장, 호남 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호남 유가협) 부회장을 맡는 등 사회운동에 앞장섰다. 박승희 열사는 전남대 식품영양학과 2학년이었던 1991년 4월29일 교내집회에서 경찰의 명지대생 강경대군 타살을 규탄하며 분신했고 같은 해 5월19일 숨졌다.
한동안 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그는 딸의 사망신고를 하지 않아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그는 2005년 9월 박 열사가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받자 그 이듬해에야 사망신고를 했다. 박 열사 명의로 나온 보상금 1억4000만원은 2011년 ‘박승희추모사업회’(현 박승희정신계승사업회)에 모두 기부했다. 박씨의 기부를 계기로 박 열사의 모교인 목포 정명여고와 전남대 동문이 십시일반 뜻을 모아 2014년 6월 (재)박승희장학재단을 설립했다. 박승희장학재단은 해마다 정명여고와 전남대학교 재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다.
박씨는 2014년 폐암 말기선고를 받았지만 박승희장학재단 이사를 맡아 딸의 정신을 알리기 위해 활발하게 활동했다.
장례는 박승희정신계승사업회에서 장례위원회를 꾸려 4일장으로 치를 예정이다. 장례위원회는 무안 선산에 고인을 안장하기 전 전남대에 있는 박승희 정원을 방문한다. 유족으로는 부인 이양순씨, 아들 선경씨와 며느리 김지연씨, 딸 정휘씨와 사위 고갑배씨가 있다. 빈소는 광주 만평장례식장(301호), 발인은 15일 아침 6시30분이다. (062)527-0429.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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