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최초로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한 산악인 김홍빈씨. 콜핑 제공
“이번 등정이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한테 용기와 희망을 주었으면 합니다.”
사자머리가 잘 어울리는 산악인 김홍빈(57·콜핑 홍보이사)씨가 히말라야 8천m급 14좌에 모두 올랐다. 장애인으로 세계 최초이고, 한국인으로는 엄홍길, 고 박영석, 한왕용 등에 이어 7번째다.
김씨는 파키스탄 현지 시각으로 지난 18일 오후 4시58분 카슈미르 북동부 카라코람산맥 브로드피크(8047m) 정상에 올라섰다. 이로써 가셔브룸2(2006년)에서 시작된 여정은 에베레스트(2007년), 케이2(2012년), 마나슬루(2014년), 안나푸르나(2018년) 등을 거쳐 15년 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김씨는 지난달 1일 광주에서 브로드피크 원정대 발대식을 마치고 보름 뒤 출국했다. 6명으로 짜인 원정대는 2주 동안 고소적응을 마치고 지난 14일부터 본격적인 등정에 나서 16일까지 7200m 지점에 이르렀다. 이어 17일 저녁 11시부터 18시간 동안 연속동반을 펼친 끝에 1.8㎞ 서쪽 능선을 통해 정상에 도달했다.
김씨는 광주산악연맹을 통해 “건강한 상태로 하산하고 있다”며 “응원해주신 분들께 감사한다. 코로나19 위기를 국민께서 잘 극복할 수 있도록 위로와 격려를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김씨는 1983년 대학 산악부에 들어가면서 산과 연을 맺었다. 국외 원정에 뽑힐 정도로 유망주였던 그는 1991년 북미 매킨리(6194m) 단독 경량 등반을 하다 불운의 조난을 당했다. 사고 16시간 만에 구조돼 10일 만에 겨우 의식을 회복했지만 일곱 차례 수술 끝에 손가락 모두를 절단하는 등 시련을 겪었다.
좌절했던 그는 길고 긴 어둠을 통과한 뒤에야 일어설 수 있었다. 사고 6년 만에 ‘잘하는 걸 해보자’며 다시 산으로 갔다. 거침없이 도전하는 그한테 운명의 여신이 길을 비켜줬다. 비장애인 때보다 더 가슴 벅찬 산악 인생이 펼쳐졌다. 1997년~2009년 12년 동안 7대륙의 최고봉을 완등했고, 2002년엔 미국 솔트레이크에서 열린 동계 장애인올림픽에 알파인스키 국가대표로 출전했다. 내친 김에 장애인 14좌 완등이라는 도전을 이어갔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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