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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9일에 멈춰 버린 삶”…광주 붕괴사고 유족들 엄정 수사 촉구

등록 2021-08-05 14:37수정 2021-08-06 02:30

유족대표단, 경찰에 진정서 제출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 구역 건물 붕괴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이 5일 광주경찰청에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하는 심경을 밝히고 있다.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 구역 건물 붕괴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이 5일 광주경찰청에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하는 심경을 밝히고 있다.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머리든 꼬리든 사고에 책임이 있는 모두가 처벌받게 해달라.”

광주 붕괴사고 희생자 유족들이 경찰을 찾아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공사 붕괴사고 유족대표단과 이들의 법률대리인단은 5일 광주경찰청을 찾아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지난달 28일 광주경찰청이 발표한 중간 수사결과에서 원청 현대산업개발과 자치단체 공무원에 대한 처벌이 미흡해 진정서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진정서는 전체 희생자 9명 중 7명의 유족이 작성했다.

에이(A)4 용지 20장 분량 진정서에는 가족을 잃은 후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유족의 삶이 담겨 있다.

어머니를 떠나보낸 막내딸 ㄱ씨는 “어머니는 풍족하지 않은 형편이었지만 늘 어려운 이웃을 도왔다. 어머니가 매일 쓰던 가계부와 일기는 6월8일에 끊겼다. 다시는 이어질 수 없는 어머니 일기를 보며 허망하게 떠나셨다는 사실을 아직도 받아들일 수 없다. 광주광역시청과 동구청은 사실상 가해자이지만 경찰은 고작 공무원 1명을 입건하는 데 그쳤다”고 적었다.

지난 6월9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사업 공사현장에서 철거 중인 건물이 무너지며 운행 중인 시내버스를 덮쳐 119대원들이 승객들은 구조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6월9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사업 공사현장에서 철거 중인 건물이 무너지며 운행 중인 시내버스를 덮쳐 119대원들이 승객들은 구조하고 있다.연합뉴스

동생을 잃은 ㄴ씨는 “막내였던 동생은 7명이나 되는 조카와 늘 재미있게 놀아줬다. ‘막내 이모는 어디 있냐’는 조카의 질문에 어머니는 울먹이며 ‘하늘나라에 있다’고 힘들게 말씀하시곤 한다. 동생의 부재에 우리 가족은 날마다 2021년 6월9일로 살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ㄷ씨는 “6월9일 어머니는 내 생일상을 준비하기 위해 평소 탈 일이 없었던 54번 버스에 올랐다. 나 때문에 사고를 당하신 것 같아 속죄의 마음으로 살고 있다. 사고 두 달이 지나며 조금씩 국민 관심이 멀어지고 있다. 여전히 불법 하도급을 받은 소규모 건설사들은 위험한 작업을 하고 있다. 이번 사고의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잊힌다면 비극은 또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호소했다.

유족 대표 이진의씨는 “현대산업개발과 관련 공무원의 엄중한 처벌을 위해 아홉 가족 유족의 의견을 모아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9일 오후 4시22분께 광주시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공사 현장에서 철거 중인 건물이 무너지면서 운행 중인 시내버스를 덮쳐 승객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2282가구의 공동주택을 짓기 위한 학동4구역 재개발사업은 2018년 2월 현대산업개발에서 공사를 수주한 뒤 철거 작업에 들어갔다. 건물 붕괴 사고를 수사중인 경찰은 공사 관계자 등 23명을 입건해 6명을 구속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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