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문화원 검열·작품 훼손 진실 규명을 위한 공동조사단'이 19일 광주 옛 전남도청 별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올해 5월 불거진 아시아문화원의 5·18작품 훼손 경위를 발표하고 있다.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지난 5월 불거진 광주 아시아문화원의 5·18 작품 훼손에는 작품의 역사적 배경이나 표현의 자유를 소홀히 여긴 문화원 직원의 안일한 태도와 이를 승인한 이경윤 전 아시아문화원 민주평화교류센터장(현 청와대 문화비서관)의 판단이 작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시아문화원 검열·작품 훼손 진실 규명을 위한 공동조사단’(공동조사단)은 19일 광주 옛 전남도청 별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아시아문화원이 국가기관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문화전당) 누리집에 전시포스터 원작의 문구를 게재하기 부담스럽다고 여겨 임의로 삭제했다”고 밝혔다.
앞서 아시아문화원은 올해 5월28일∼6월13일 5·18민주화운동 41주년 특별전시 ‘역사의 피뢰침, 윤상원’의 전시 포스터를 만들면서, 배경 원작에 있던 ‘전두환을 찢’이라는 글을 지웠다. 아시아문화원은 5월27일 사과문을 통해 담당 직원의 실수라고 밝혔지만, 시민단체들은 공동조사단을 꾸려 진상조사에 나섰다.
공동조사단 조사 결과, 아시아문화원 지역협력팀 직원 장아무개씨는 지난 5월6일 특별전시 준비회의에서 포스터 배경 작품으로 하성흡 작가의 <광주의 입>이 선정되자 하 작가에게 다른 작품으로 교체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 작가가 이에 동의하지 않자 장씨는 이 문구를 삭제한 뒤 홍보물을 제작하자는 의견을 냈다. 하 작가는 공동조사단에 “당시 어처구니가 없어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5·18민주화운동 41주년을 맞아 광주 광산구청의 위탁을 받아 하성흡 작가가 그린 윤상원 열사 일대기 작품 <광주의 입>(왼쪽)과 이 작품을 활용해 아시아문화원이 제작한 전시포스터. 전시포스터에는 원작에 나온 ‘전두환을 찢’이라는 문구가 삭제돼 있다.<한겨레> 자료사진
장씨는 5월7∼8일 상급자인 이경윤 민주평화교류센터장(현 청와대 문화비서관)에게 회의 결과를 보고했고, 이 전 센터장은 문구 삭제를 승인했다. 이후 5월13일 홍보업체가 원안을 그대로 실은 홍보물 시안을 보내자 광산구청 공무원은 해당 문구를 지우라고 지시했다. 원작이 훼손된 홍보물은 5월21일 문화전당 누리집에 게재됐다.
공동조사단은 “아시아문화원은 직원의 개인적인 실수라고 주장했지만 상급자의 승인, 광산구와 문화전당의 동조가 있었다. 역사의식이 없고 표현의 자유를 무시하는 공공기관의 구조인 문제로 인해 이번 일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
바로가기: 원작의 ‘전두환을 찢’ 문구, 홍보물서 삭제…“사전 검열”
https://www.hani.co.kr/arti/area/honam/996747.html
▶한겨레 호남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