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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최측근 민정기 “잘모른다…군인명예 위해 조비오 신부 비판”

등록 2021-08-30 17:13수정 2021-08-31 02:30

사자명예훼손사건 항소심 증인 출석
‘헬기사격 근거 기록’엔 “잘 모른다”
전두환씨가 지난 9일 광주지법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사자명예훼손 사건 항소심 공판에 참여했다가 귀가하기 위해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전두환씨가 지난 9일 광주지법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사자명예훼손 사건 항소심 공판에 참여했다가 귀가하기 위해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전두환(90)씨 측근인 민정기(79) 전 청와대 공보비서관이 전씨의 사자명예훼손사건 항소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군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고 조비오 신부를 비판했다”고 밝혀 5·18단체와 유족의 분노를 자아냈다.

30일 오후 2시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광주지법 형사1부(재판장 김재근) 주재로 열린 전씨 항소심 네번째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민 전 비서관은 <전두환 회고록> 편집과 출간 과정과 이 회고록에 조 신부를 비난하는 내용이 담긴 경위를 설명했다. 그는 “2014년 무렵 전두환 전 대통령이 ‘자네가 주간해서 마무리해라’고 말해 회고록 출간을 담당하게 됐다”며 “회고록은 전 전 대통령이 경험한 사실을 중심으로 기재됐으나, 5·18에는 본인이 개입할 수 없었기 때문에 각종 수사기록과 군 문서, 군인진술 등을 토대로 작성했다. 산만하게 작성된 초안을 내가 다듬어 원고를 완성했다”고 말했다.

회고록에서 조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로 지징한 것과 관련해서는 “전 전 대통령은 군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헬기사격 쟁점을 일부러 다뤘고, 조 신부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하기 위해 강한 표현을 사용했다. 그런 생각을 내가 글로 옮겼다”고 말했다.

그는 조 신부를 거짓말쟁이라고 단정한 근거를 묻는 말에 “과학적이고 구체적인 헬기조종사들의 증언”이라고만 답했지만, 전교사의 ‘광주소요사태분석(교훈집)’ 등 계엄군의 헬기사격 근거를 담은 기록과 관련해서는 “잘 모른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조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는 “민 전 비서관의 말대로라면 근거없이 조 신부님을 모독했다는 것인데 어찌 전씨는 명예훼손이 아니라고 주장하는지 분노가 인다”고 말했다.

전씨는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신부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다음 항소심 재판은 다음달 27일 오후 2시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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