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지리산이음 조양호 이사장
아름다운재단과 사회적협동기업 ‘지리산이음’이 지난 27일 전북 남원시 산내면에 지역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한 공간인 작은변화베이스캠프 ‘들썩’을 개관했다. 세상의 작은 변화를 연결하면서도 큰 변화를 만드는 공동체 공간을 지향하는 ‘들썩’은 좋은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한 개인과 공동체의 모든 발돋움과 이를 위한 개인적·사회적 변화의 움직임을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2017년 매입한 농협창고를 전면 개보수해 태어난 이 공간에는 콘퍼런스홀, 공유오피스, 공유주방, 도서관, 화상회의실, 지리산이음·지리산작은변화지원센터 사무실 등이 들어섰다. 지난해 캠페인을 통해 조성한 기부금으로 완성한 뜻깊은 공간이다.
그런 들썩을 여는 데 힘을 보탠 조양호(48) 지리산이음 이사장을 지난 30일 전화로 만났다.
‘들썩’이라고 이름 지은 이유를 묻자 “산내면이 변화의 에너지가 들썩일 수 있는 공익활동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라는 뜻이 담겼다”는 답과 함께 긴 ‘해설’이 이어졌다.
“현재 남원시 산내면 인구수가 2천여명입니다. 하지만 1만여명으로 관계인구를 늘리면 지역이 활성화할 것입니다. 정착민이 아니라 서로 연락하고 소통하는 관계인구가 많아지면, 농산물과 특산물을 소비하는 주변 식당과 숙소의 매출이 오를 것입니다. 정착민 100명보다도, 1년에 7~10일 동안만이라도 이곳을 찾는 관계인구가 1만명이 되면 좋은 것 아니겠습니까?”
올해 7월 말 기준 산내면 주민등록인구는 1168가구 2100명으로, 10년 전(988가구 2159명)에 견줘 인구는 약간 줄었지만 가구 수는 되레 늘었다. 이 가운데 귀촌 인구가 400여명으로 꽤 많은 편이다. 비영리단체 등에서 일했던 조 이사장도 2004년 수도권에서 연고가 없던 이곳으로 이사 왔다. “다른 곳에 비해 산내면은 젊은층이 많아”서였다고 한다.
조 이사장은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 임현택 센터장 등과 힘을 합쳐 2012년 마을카페 ‘토닥’을 꾸렸다. 차를 파는 공간이기보다는 주민들이 서로 대화·소통하고 배우는 장소에 가까웠다.
그러다 지리산권 전남 구례, 전북 남원, 경남 산청·하동·함양 등 5곳의 공동체와 연결을 시도했고, 2013년에는 실제 5곳을 연결해 활동하는 임의단체 ‘지리산이음’을 꾸렸다. 이는 2016년 체계적 지원 등을 위해 사회적협동조합 지리산이음으로 다시 태어났다. 지리산에서 새로운 실험들과 대안적 삶의 가치들이 퍼져나갈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한 셈이다.
지난 27일 아름다운재단 함께
시민사회 활성화 공간 ‘들썩’
전북 남원시 산내면에 열어
농협창고 개조해 콘퍼런스홀 등
2004년 귀촌해 마을카페 열고
지리산권 5곳 연결 단체도 꾸려
2018년에는 수도권과 지역 간 불균형·불평등 문제에 꾸준한 관심을 보여온 아름다운재단과 손잡고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를 태동시켰다. 이웃이 이웃을 돕는 자치와 협동의 공동체 확산을 목표로 만들어져, 지리산권의 공익활동 지원을 통해 시민사회 등장과 지역사회의 작은 변화를 꿈꿨다. 공익활동 주체를 발굴·양성하고,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업을 펴고 있다. 우리동네 예산 꼼꼼히 들여다보기, 춘향제 역사 바로잡기, 차없는 거리 만들기 등이 그 사례다.
“환경과 지역 등을 의제로 전국 단위 지리산포럼을 개최하면 3박4일간 200~300명이 모입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어렵지만 그런 행사를 하려면 토론할 넓은 공간이 필요했어요. 과거에는 초등교 강당을 빌려 했는데, 일상적인 공간이 있으면 워크숍 등을 열게 돼 주변 식당·숙소에 도움이 됩니다.” 지역 활성화를 위해 농협창고를 매입해 100명가량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원격업무를 하는 직장인을 위한 공유오피스도 갖췄다. 전국의 활동가들이 이곳에서 일상적으로 일도 하고, 쉬면서 서로 교류하며 함께 뜻한 바를 도모하는 곳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코로나19 상황을 관망하며 9월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갈 방침이다.
“카페를 통해 마을 사람을 연결했고, 작은 변화를 통해 지리산권 5곳을 연결했습니다. 변화를 바라는 사람들이 모여서 떠들고 휴식하며 교류하는 거점이 됐으면 합니다. 행정구역상의 경계를 넘어 생활 속에서 서로 연대하고 있는데, 들썩을 통해 지리산과 세계가 연결되고, 사회적 가치를 지닌 사람들이 함께하는 공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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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맨오른쪽) 지리산이음 이사장이 지역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한 공간인 작은변화베이스캠프 ‘들썩’ 앞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산 모양으로 손을 모으고 있다. 손을 모은 것은 지리산을 지키자는 지역캠페인 메시지다. 지리산이음제공
들썩 전경. 지리산이음 제공
조양호(오른쪽에서 세번째) 지리산이음 이사장이 한찬희(오른쪽에서 두번째) 아름다운재단 이사장, 임현택(맨오른쪽) 작은변화지원센터장 등과 함께했다. 지리산이음 제공
들썩의 콘퍼런스홀 모습. 지리산이음 제공
연재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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