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동구 서석동 은행나무에 설치된 열매 수거망.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가을 단풍철이 다가오면서 각 자치단체가 은행나무 악취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30일 광주시의 설명을 종합하면, 광주에 가로수로 심어진 은행나무는 모두 4만6천그루로, 이 중 암나무는 9500그루에 달한다. 광주 5개 구엔 매년 가을철이면 은행나무 열매로 인한 민원이 하루 수건씩 접수되고 있다.
광주 남구의 상인 ㄱ씨는 “가게 앞 은행나무에서 떨어진 열매를 사람들이 밟고 다녀 고약한 냄새가 난다. 시간이 날 때마다 쓸고 있지만 계속 떨어져 힘들다. 은행나무 가지 좀 확실하게 제거해달라”고 요청했다. 동구 주민 ㄴ씨도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분 날에는 은행 열매가 하루에도 수십 개씩 떨어지고 있다. 환경미화원이 치우는 것도 한계가 있다”며 열매 제거를 요청했다.
이에 광주 각 자치구는 은행나무 열매 악취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광주 ‘걷고 싶은 가로수길’로 지정된 금남로가 있는 동구는 은행나무 열매 수거망을 설치해 민원을 해소하고 있다. 2018년 광주에서 처음으로 수거망을 시범적으로 운영했던 동구는 올해 예산을 확보해 금남로, 광주지법 주변, 동구청 주변, 대인시장을 중심으로 20개를 설치했다. 동구는 수거망 설치를 매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개당 50만원에 달하는 설치 비용이 부담이다. 동구에 심어진 은행나무는 총 4585그루로, 이 중 암나무는 1000그루다.
남구는 은행 열매를 밟은 주민들이나 상인들이 악취 문제와 함께 길거리 위생 문제를 호소하자 다음 달 유동인구가 많은 봉선동, 양림동을 중심으로 은행나무 열매 수거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남구엔 은행나무 5462그루가 심겨 있는데 이 중 열매를 맺는 암나무는 1888그루다.
광주뿐 아니라 다른 자치단체에서도 은행나무 민원 해결에 나섰다. 서울시는 ‘은행 열매 채취 기동반’을 편성해 15일부터 암나무 2만6981그루를 대상으로 익지 않은 은행 열매를 조기 채취하고 있다. 경기 수원시와 고양시는 수거망을 설치하고 있다. 수거한 은행 열매는 경로당과 복지시설 등에 먹거리로 지원한다.
2019년 기준 산림청의 ‘가로수 조성 실적’을 보면 우리나라 가로수 824만9232그루 중 은행나무는 12.4%(102만9882그루)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국유재산인 은행나무 열매를 무단으로 채취할 경우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74조에 따라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정강욱 광주시 녹지정책팀장은 “10년 전부터 새로 은행나무를 심을 경우 수나무를 심고 있지만 기존 암나무를 수나무로 전부 교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자치단체 차원에서 기동반을 편성해 대응하고 있으나 나무가 열매를 맺는 것은 자연현상이기 때문에 시민들의 양해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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