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완도해경 관계자들이 지난달 20일 진도 하구자도 인근 바다에서 실종된 60대 어민을 수색하고 있다.완도해경 제공
어획량 감소와 코로나19 등으로 1인 조업이 늘고 있지만 소형선박 어민 대부분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는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5일 전남 완도해양경찰서가 발표한 ‘구명조끼 착용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5t 미만 어선에서 조업하는 어민 100명 중 76%(76명)가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35%는 선박에 구명조끼를 비치하지 않고 조업하고 있다고 답했다.
어민들의 수영 실력을 상·중·하 등급으로 묻자 응답자 17%만 상 등급이라고 응답했다. 중 등급 33%, 하 등급 37%, 전혀 못 함은 13%로 나와 응답자 절반이 물이 빠졌을 때 대처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연령대는 50대가 36%로 가장 많았고 60대 이상이 26%, 40대 27%, 30대, 9%, 20대 2% 순이었다.
완도해경은 최근 소형선박에서 조업하는 어민들이 물에 빠져 숨지거나 실종되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이번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앞서 지난달 20일 오전 9시30분께 완도해경의 관할 구역인 전남 진도 하구자도 남쪽 해상에서 0.9t어선을 타고 김발을 끌어올리던 60대 선원이 바다에 빠져 실종됐다. 지난달 1일 새벽 0시40분께에는 전남 장흥군 우산항 앞바다에서 2.99t 연안통발어선에 타고 있던 30대 남성과 이 남성의 60대 아버지가 물에 빠져 숨졌다. 해경 조사 결과 사고자 모두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수산부는 기상특보 발효하거나 승선원이 일정 규모 이하인 경우 구명조끼 착용을 의무화하는 ‘어선안전조업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기존에는 기상특보가 발효했을 경우에만 구명조끼를 의무적으로 착용하도록 했지만 최근 소형선박과 1∼2명 조업이 늘어나는 상황을 고려했다. 해양수산부 최근 5년(2016∼2020)간 어선사고 현황을 보면 1인 조업 어선에서 연간 평균 44건의 사고가 발생해 10여명이 죽거나 다쳤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 등록어선은 모두 6만5835척으로 이 중 5t 미만이 80.5%(5만3052척)에 달한다.
완도해경 관계자는 “최근 어획량 감소와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경비 부담 등으로 소형어선에 부부 또는 1명이 승선하는 조업이 늘고 있다. 단독 조업은 사고가 났을 때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반드시 구명조끼를 착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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