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석정 시인의 고택인 비사벌초사의 정원 모습. 비사벌초사 보존대책위 제공
전북 전주시는 완산구 남노송동에 있는 신석정 시인의 고택 ‘비사벌초사’를 현 위치에 그대로 보존한다고 7일 밝혔다.
시는 그의 삶과 문학세계가 후대에 전해질 수 있도록 문화유산 긴급보수 예산을 활용해 비사벌초사 보존을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사벌초사는 시인이 1961년부터 1974년까지 살면서 정원을 직접 가꾸고, 이름도 직접 지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화예술인의 창작공간으로서 가치와 의미를 지녀 2017년에 전주시 미래유산 14호로 지정됐다.
신석정 시인의 고택 비사벌초사의 정문 모습. 박임근 기자
시는 비사벌초사의 보존과 함께 근처에 비사벌초사문학관(가칭)을 건립할 계획이다. 한옥마을의 최명희문학관과 연계해 전주를 빛낸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시민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문학기행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구상도 세웠다. 또 지역주민과 함께 정원을 만드는 ‘시인의 정원’사업도 추진한다. 초사를 중심으로 시인을 기리는 공간을 넓혀 관련 용역도 발주할 계획이다. 미래유산에 걸맞은 기림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비사벌초사는 철거 위기 등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이곳 일대를 재개발하는 정비구역 중심에 시인의 고택이 위치하면서 주민들 사이에 보존여부를 두고 찬반 의견이 나눠졌는데, 시의 원형 보존 입장 표명을 계기로 철거 논란은 일단락될 전망이다.
하지만 시가 정비구역 안에 설치해야 하는 일정한 공원면적 이상을 요구할 경우 ‘병무청구역 재개발추진위’에서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재개발추진위 관계자는 “2006년부터 오랫동안 이 일대 개발을 위해 노력해왔는데 시가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추진위 회의 등을 통해 결정하겠지만 문학관 조성 등을 위해 더 많은 면적을 요구하면 문제를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택의 정원과 가옥의 모습. 비사벌초사 보존대책위 제공
전북 부안에서 태어나 전주고·전주상업고 등에서 재직한 시인은 1930년대 <시문학>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아직은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를 비롯한 서정적·목가적 시를 많이 남기기도 했지만, 창씨개명 거부 등 역사의 현장에서 선비정신과 역사의식을 보여줬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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