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경찰청마저 멈췄다…케이티 ‘먹통’에 온 국민이 ‘화들짝’

25일 오전 KT 인터넷망이 전국적으로 한 시간 넘게 장애를 일으키면서 전남 구례군 마산면 한 식당 들머리에 `전산망 오류로 인해 카드 결제 불가' 안내문이 붙어 있다. 구례/연합뉴스

25일 오전 11시20분께부터 한 시간 동안 케이티(KT) 유무선 인터넷망이 전국적으로 한 시간 넘게 장애를 일으키면서 이용객들이 전국적으로 큰 불편을 겪었다. 카페와 식당 등지에선 신용카드 결제가 되지 않아 혼선을 빚었고, 일부 행정기관의 업무도 큰 지장을 받았다.

점심시간을 앞둔 음식점, 카페 등지에서 신용카드 결제가 안 돼 업주와 손님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 충남 홍성의 한 일식집 사장은 “오전 내내 예약 전화를 받지 못했다. 오후 1시께 부터 통신 상황이 나아졌지만 그전에 식사를 마친 고객분들은 신용카드 단말기가 작동하지 않는 바람에 외상을 하거나 현금결제를 하는 불편을 겪었다”고 말했다.

대전 둔산동의 한 파스타집엔 “현금 결제나 계좌이체를 해달라”는 안내문을 써 붙였다. 이 파스타집 사장은 “계좌이체 하느라 손님들이 결제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는데, 너무 죄송했다”고 말했다. 대전 탄방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ㄱ(49)씨는 “사람들이 신용카드만 가지고 다니는데 결제가 안 되니 오늘 점심 장사를 망쳤다. 신용카드 결제 안 된다고 말하니 그냥 돌아간 손님들이 부지기수다. 커피숍은 점심 때가 대목인데, 오늘 3만원 어치도 팔지 못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전북 전주에서 카드체크기 단말기 회사를 운영하는 백아무개(41)씨는 이날 점심을 먹지 못했다. 통신 장애로 이날 오전 11시16분부터 11시58분까지 42분 동안 음식점 등 그의 고객으로부터 문의 전화가 폭주했기 때문이다. 전화내용은 음식점에서 카드 계산을 했는데 손님한테는 결제가 됐다고 문자가 왔지만, 케이티 본사에서는 승인된 내역이 없었기 때문이다. 음식점 손님은 가버려서 난감한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보통 카드사의 장애이면 로그기록이 남아서 정상 승인처리를 해주지만, 이번의 경우는 통신 장애여서 피해복구가 어떻게 이뤄질지 걱정하고 있다.

25일 오전 KT 인터넷망이 대규모 디도스 공격 탓에 장애를 일으키면서 광주 도심 버스 도착 알림 전광판의 정보가 나오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지역주민 카페에서도 지역주민들도 ‘케이티 먹통'으로 불편을 호소했다. 한 주민이 “핸드폰도 인터넷 전화도 다 안 된다. 무슨 일이 난 건가요?ㅠㅠ”라고 글을 올리자, 다른 주민들도 “애들 이(e)학습터(초중교 온라인 학습 서비스) 수업이 끊겼다”, “편의점 포스(결제 단말기)가 안 돼서 어렵게 현금을 찾아 내고 나왔다”는 등 불만 사례를 담은 글 수십 개가 이어졌다. 마포구의 한 지역주민 카페 회원은 “짧은 30분 잠시 ‘멘붕’이었다. 언제 복구될지 몰라서 정말 난감했다. ‘유선 상의 세상’이 에러가 난다는 것을 상상하니 무섭기까지 하다”고 느낀 점을 올려 많은 공감을 샀다.

이날 오전 광주 조선대학교병원을 찾은 외래 환자들은 신용카드 수납을 하지 못해 대기 번호표를 뽑고 40분 이상 기다려야 했다. 병원 쪽은 한동안 카드 수납이 불가능해 현금 결제 또는 계좌이체를 안내했다. 이날 오전 한 시간 넘게 광주 도심의 버스 도착 알림 전광판 정보가 끊긴 데다가 일부 시민들은 통화도 잘 안 된다고 호소했다.

행정기관들도 업무에 지장을 받았다. 대전시청, 충남도청, 세종시청, 대전경찰청 등 일부 기관에서도 업무가 마비됐다. 세종시 공무원 김아무개씨(37)씨는 “내부 행정망은 괜찮았지만 외부 인터넷망이 한동안 연결이 잘 되지 않아 업무에 불편을 겪었다”고 말했다.

이날 발생한 케이티 유·무선 인터넷 서비스의 장애 원인이 회사의 네트워크 경로설정 오류 때문으로 확인됐다. 케이티는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어 “이번 (인터넷 서비스) 장애 원인은 라우팅(네트워크 경로설정) 오류를 원인으로 파악했다”며 “통신 장애로 국민 여러분께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고 밝혔다.

한편,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이날 케이티 네트워크 사고와 관련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인터넷진흥원 등과 함께 피해 규모와 사고 원인 등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정대하·송인걸·김양진·박임근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