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5·18단체들이 충북 청남대에 설치된 노태우 동상에 철거 요구 현수막을 붙여놓은 모습.5·18기념재단 제공
정부가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기로 결정하면서 광주 5·18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27일 김영훈 5·18민주유공자유족회 회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우리 유족들은 전두환뿐 아니라 노태우 정부 밑에서도 숱한 탄압을 받았고 여전히 그때의 고통을 기억하고 있다. 노씨는 내란죄로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았기 때문에 국가장과 국립묘지 안장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부가 이런 결정을 한 것에 대해 유감”이라고 말했다.
유족회를 포함한 부상자회, 구속부상자회, 5·18기념재단 등 광주 5·18 관련 단체는 성명을 내어 “국가의 헌법을 파괴한 죄인에게 국가의 이름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한 정부의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 국가장의 취지인 국민 통합은 온전한 반성과 사죄가 있어야 가능하다. 학살자들은 시민들에게 사과한 적 없고, 우리 시민들 또한 사과받은 적 없다”고 밝혔다.
이주연 안병하기념사업회 사무처장은 “5·18 발포 거부로 고초를 겪었던 고 안병하 전남도경찰국장은 노태우 정부 때까지 외면당하다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재조명될 수 있었다. 국가내란사범으로 규정된 노씨는 자기반성과 대국민 사죄를 하지 않고 떠났는데 국가적 예우를 한다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광주시민단체도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노씨는 대통령이기 전에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하고, 군대를 동원해 광주시민들을 학살한 반란 수괴다. 노씨에 대한 국가장 결정은 진실을 왜곡하고 끝내 참회하지 않은 학살자들에게는 면죄부를 준 셈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당장 관련법을 개정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는 “노씨는 전두환과 함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고자 국헌을 문란하게 하고 무고한 광주시민들을 죽인 범죄자다. 역사를 부정하고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정부의 선택을 규탄한다”고 했다.
광주전남민주화운동동지회도 “고 노태우의 국가장은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선열지사와 민주열사의 넋이 용납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광주광역시도 이용섭 시장과 김용집 시의회 의장 명의로 성명을 내어 “노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기 한 정부 결정은 존중한다. 하지만 진정한 반성과 사죄, 5·18진상규명 협조 없이 눈을 감은 점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오월 영령과 시민 뜻에 따라 광주시는 조기 게양과 분향소 설치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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