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동구 지산동 광주지법 전경. <한겨레>자료사진
뇌출혈을 일으킨 3살짜리 장애 입양아를 방치해 숨지게 한 양부모들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정지선)는 “아동학대 치사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아무개(38·여)씨와 남편 김아무개(34)씨에게 각각 징역 5년과 3년을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또 재판부는 이들에게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 3∼5년, 아동학대치료프로그램 수강 등을 명령했다.
2015년 생후 1개월 된 ㄱ군 등 발달 장애가 있는 아동 2명을 입양한 조씨는 2019년 4월13일 ㄱ군이 발열과 간질 등 뇌출혈 증세를 보였지만 병원에 데려가지 않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이를 방조한 혐의다.
입양아 외에도 자녀 2명이 있었던 조씨 부부는 당시 큰아들 생일을 맞아 전남 해남 집에서 경남 진주로 가족여행을 떠나며 아픈 ㄱ군을 데리고 갔다. 조씨는 ㄱ군에게 수면제 ‘졸피뎀’을 먹인 후 남편에게 “ㄱ군을 병원에 데려가지 말고 차에 태워 이동하자”고 제안했다. 부부는 숙소에 도착한 밤 8시께 ㄱ군이 의식을 찾지 못하자 119에 신고했고 ㄱ군은 2시간 뒤 숨졌다. 조씨는 또 2018년 입양아를 때리고 방치한 혐의도 받았다.
조씨 부부는 재판에서 ㄱ군이 위중한 상황인지를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여행 전날 김씨가 인터넷으로 뇌출혈 증세를 검색한 점으로 미뤄 조씨 부부가 ㄱ군의 상태를 파악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ㄱ군에게서 상처가 발견된 점으로 미뤄 폭행 혐의도 적용해 조씨에게는 징역 15년, 양부에게는 징역 7년을 구형했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평소 ㄱ군이 혼자서 놀다 자주 다쳤다’는 다른 자녀의 진술을 받아들여 폭행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조씨는 아픈 3살 아이를 방임, 생명을 잃게 해 죄가 무겁다. 김씨는 조씨의 학대행위를 제지하지 않고 동조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정봉 광주지검 인권감독관은 “판결문을 분석해 항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한겨레 호남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