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걷이가 끝난 전북 익산시 성당면 들녘에서 이증수 이장이 서부내륙고속도로가 지나가게 될 구간을 가리키고 있다. 박임근 기자
“멀쩡히 농사를 짓고 있는데도 직불금을 주지 않는다는 건 농민의 권리를 빼앗는 겁니다.”
지난 5일 전북 익산시 성당면 대선리 회선마을에서 만난 이증수(61) 이장이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2005년 추곡수매제가 폐지되며 정부는 농가에 직불금을 지급하고 있다. 올해 소농(0.5㏊ 미만)에는 농가당 120만원, 그 이상을 경작하는 농가에는 농지 종류별로 1㏊당 100만~205만원이 지급된다.
이 이장이 남들과 똑같이 농사를 짓고도 직불금을 못 받게 된 이유는 서부내륙고속도로 건설 때문이다. 2019년 착공한 평택~부여 1단계(94.3㎞) 구간에 이어 2단계(43.4㎞) 부여~익산 구간이 2029년에 착공되는데, 익산 지역은 내년께부터 토지수용과 보상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를 위해 도로구역 결정 및 실시계획 승인·고시가 이뤄지면서 해당 토지는 농지전용이 이뤄졌다. 전용(고속도로로 수용 예정)된 용지 예정이라 직불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김지호(62) 익산시농민회 성당면지회장은 “지난 3월 직불금 신청을 했는데 6월께 면사무소로부터 직불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연락을 받았다. 농지전용 사실도 그때 알았다”며 “지금 열심히 농사를 짓는데 농민에겐 알리지 않고 동의도 없이 공사를 위해 올봄에 농지를 전용했다”고 말했다. 김 지회장처럼 직불금을 받지 못하는 농가는 익산에서만 358곳(767필지, 85만2270㎡)으로, 직불금 규모는 3억원가량이다.
농민들은 지난 7월 국민권익위원회에 “아직 보상도 이뤄지지 않았고 농사를 짓는 토지에 직불금을 주지 않는 건 불합리하다”는 민원을 냈다. 민원을 이첩받은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지전용 허가를 받거나 농지전용 신고를 한 농지와 농지전용 협의를 거친 농지는 지급 대상 농지에서 제외된다”며 “해당 농지는 사업시행청에서 농지전용 협의를 마친 것으로 확인돼 직불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농민들은 관련 법률에 ‘보상을 받지 아니한 토지분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년 이상 농업에 이용할 수 있는 농지 등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직불금 지급 대상 농지 등으로 본다’는 조항도 있다고 주장한다. 김 지회장은 “사업을 반대하려는 것도, 보상금을 많이 타려는 것도 아니다. 보상절차 전까지 영농 활동을 하고 있으니 당연히 직불금을 지급해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사업발주처인 서부내륙고속도로㈜는 “법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의를 거칠 경우 소유주 동의 없이도 농지를 전용할 수 있다. 법을 유연하게 해석하면 지급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은 “아직 고시만 된 상태여서 보상 단계가 아니다. 절차상 (농지전용을) 통보할 시기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익산시 등은 “농림축산식품부가 나서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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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가 전북 익산시 성당면 주민에게 보낸 직불금 관련 답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