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6시께 호남고속도로 광주 방향 곡성나들목 인근에서 진행되고 있는 도로 포장공사.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노면을 전면 재포장 중인 호남고속도로 순천∼광주 구간에서 차량 정체에 따른 운전자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비가 왔을 땐 사고도 잇따라 발생하며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18일 한국도로공사(도로공사)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해 9월부터 2023년 9월까지 호남고속도로 서순천 나들목∼고서분기점 69.6㎞ 구간의 도로노면을 흰색 콘크리트에서 검은색 아스콘으로 재포장하고 구조물 등을 개선하는 전면 개량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구간은 광주와 전남 동부권 도시를 잇는 주요 경로로, 하루 평균 통행량이 3만5천여대에 이른다.
공사는 3㎞씩 나눠 10㎝가량 파낸 뒤 아스콘을 덮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안전을 위해 2㎞ 전부터 1개 차선을 막고 진행한다. 공사 시간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작업자들이 교대로 24시간 동안 진행한다. 고속도로 전면 개량공사는 2017년 완공된 영동고속도로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서순천 나들목∼고서분기점은 정규속도(시속 100㎞)로 평소 40여분이 소요됐지만 공사가 진행되면서 2시간 안팎이 걸리고 있다.
공사로 인해 차량정체가 수시로 발생하자 운전자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도로공사 누리집에는 6월부터 최근까지 이런 내용의 민원 20여건이 제기됐다. 이아무개씨는 “평일에도 너무 막힌다. 공사하지 않은 구간은 차선을 막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요청했고, 공아무개씨는 “1개 차선을 막고 공사하니 출근이 30분 늦었다. 제발 출퇴근 시간은 공사를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일부 운전자들은 미흡한 안전 대책 탓에 사고가 빈발한다고 주장했다. 전남경찰청의 사고 접수 현황을 보면 비가 내렸던 8~11일 석곡 나들목 인근에서만 모두 9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2019년 한 해 동안 호남고속도로(전남 순천∼전북 익산) 사고가 23건이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다.
9일 오후 4시께 추돌사고를 당했던 ㄱ(62)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갓길에 잠시 정차했는데 1t 화물차가 미끄러지며 내 스포츠실용차(SUV)를 뒤에서 들이받아 화물차 운전자가 크게 다쳤다. 새롭게 포장한 도로가 비에 젖어 사고를 유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9일 오후 4시40분꼐 호남고속도로 광주 방향 석곡나들목 인근에서 발생한 승용차 간 사고와 10일 오후 1시30분께 같은 장소에서 발생한 승용차 단독 사고.광주교통방송 트위터 갈무리
문길주 전남노동권익센터장은 “8일 밤 10시께 여수를 다녀오고 있었는데 비가 내리자 뜨거운 아스콘이 뿜어내는 수증기가 시야를 가려 사고가 날 뻔했다. 노동자 안전을 위해서라도 야간작업은 금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재난안전기술원 이사장을 맡은 송창영 광주대 건축학부 교수는 “새로 깐 아스콘 도로는 표면이 매끄러워 마찰력이 적다. 비가 오면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경고표시 등 안전 시설물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찰도 주시하고 있다.
정황영 전남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장은 “지난주 갑자기 비가 쏟아지며 공사 구간에서 접촉사고가 발생해 공사를 중지시킨 적이 있다. 앞으로 공사 기간이 꽤 많이 남았기 때문에 예의 주시하며 도로공사와 공사 구간을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로공사는 사고 원인을 분석해 대책을 세우고, 공사를 일시적으로 멈추는 겨울에 안전시설물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최미란 도로공사 남부도로개량사업단 공사관리팀 과장은 “굽이진 길이 많고 비까지 내린 상황이어서 도로포장과 사고의 인과 관계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현재 사고 지점은 그루빙공법(일정 간격으로 홈을 파 마찰력을 높이는 공법)을 적용해 미끄러짐 사고는 더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과장은 또 “콘크리트 도로 수명은 20년인데 호남선 서순천∼고서 구간은 35년이 됐다. 그동안 부분 개보수로 수명을 늘리며 버티었지만 한계에 이르러 재포장을 할 수밖에 없다. 28일 굳혀야 하는 콘크리트와 달리 아스콘은 하루면 되지만 공사 구간이 길어 국토교통부 승인을 받아 야간작업까지 하고 있다. 공사가 끝나면 10년은 보수 없이 사용할 수 있으니 운전자들의 양해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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