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광주 5·18단체가 기자회견을 열어 전두환 사망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전두환(90)씨가 23일 사망하자 5·18단체들은 허탈해하면서도 발포명령자 규명, 행방불명자 소재 확인 등 5·18민주화운동의 남겨진 과제는 계속 해결해나가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5·18유족회, 부상자회, 구속부상자회, 5·18기념재단은 23일 오전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에서 ‘전두환 죽음이 진실을 묻을 수 없다’는 문구가 적힌 펼침막을 내걸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전두환은 죽더라도 5·18 진실은 사라지지 않는다”며 “회고록을 통해 5·18 영령을 모독했던 전두환은 계속되는 거짓말과 왜곡으로 국민을 기만하며 생전에 역사적 심판을 받지 못하고 죄인으로 죽었다. 오월학살 주범들에게 반드시 책임을 묻고, 전씨의 범죄행위를 명명백백히 밝혀 역사정의를 바로 세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24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광주시민단체협의회도 이날 성명을 내어 “광주는 학살자 전두환의 편안한 죽음에 분노한다”며 “전두환은 차가운 감방이 아니라 편안한 집에서 천수를 누리다 죽었다. 자신의 권력과 이권을 위해 시민들을 학살한 독재자가 온갖 부귀영화를 누리고 편안히 잠들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대한민국의 불행이고 부끄러움”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얼마 전 숨진 노태우는 최소한 아들을 통해 형식적으로라도 5·18 영령과 광주시민에게 사과했다”며 “광주시민은 노씨와 달리 끝까지 뻔뻔했던 전두환을 용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광주지부와 민주노총 광주본부도 정부의 추모, 국가장을 반대한다는 뜻과 함께 전씨로 인해 발생한 국가적 폐해를 기록하고 교육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희생됐거나 신군부에 고초를 겪은 시민들이 안장된 국립5·18민주묘지 전경.
삼촌인 고 조비오 신부를 대신해 전씨와 2017년부터 법정다툼을 벌여온 조영대 신부는 “수년간 5·18 진실을 위해 전씨와 싸웠는데 이렇게 가버리니 허망하다. 끝까지 회개하지 않고 떠난 전씨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날 5·18 희생자 영령이 잠들어 있는 국립5·18민주묘지와 망월동 옛 5·18묘역은 비에 젖어 차분한 분위기였다. 5·18 당시 소년 시민군 문재학(사망 당시 16살)군의 어머니 김길자(82)씨는 “전두환이 더 오래 살아서 진실을 밝히고 죽었어야 했는데 이렇게 허망하게 가버리니 정신이 멍하다. 전두환이 죽었어도 진상조사는 계속 이어져 누가 아들을 죽였는지 꼭 밝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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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전두환이란게시: 한겨레 2021년 11월 23일 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