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동구가 광주시민환경연구소에 맡겨 실시한 ‘쓰레기 줄이기 생활실험’에 참가한 한 시민이 음식물 쓰레기를 말리는 모습. 광주시민환경연구소 제공
“검은 비닐봉지를 씻어서 말리면 궁상맞다고들 하지만, 버리는 것을 줄여야지요.”
광주시 동구 산수2동에 사는 황경숙(64)씨는 30일 “말린 비닐봉지를 모았다가 노점상 할머니들에게 건네면 한 번 더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씨는 지난 8월11일부터 광주 동구가 사단법인 광주시민환경연구소에 맡겨 100일 동안 실시한 ‘쓰레기 줄이기 생활실험’(이하 생활실험)에 참여했다.
황씨 등 생활실험 참가자 100명은 100일 동안 가정에서 나오는 일반쓰레기, 재활용품,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기 전 양을 측정해 기록하고, 한 달마다 활동보고서를 냈다. 황씨는 “조리한 음식물 중 남은 것은 물기를 꽉 짜서 버리고, 과일 껍질 등은 바삭바삭할 때까지 말린 뒤 화분에 넣어 뒀다”며 “채소도 한 끼 먹을 것만 딱 내놓는 등 평소의 습관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광주 동구의 ‘쓰레기 줄이기 생활실험’에 참가한 한 시민이 재활용품 무게를 재고 있다. 광주시민환경연구소 제공
광주 동구 산수2동 100가구가 참여한 쓰레기 줄이기 생활실험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생활실험은 코로나19 상황 이후 포장폐기물 등 쓰레기 발생량이 급증해 환경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대안을 찾아보자는 취지로 이뤄졌다. 동구는 30일 동구청 6층 대회의실에서 쓰레기 줄이기 생활실험 성과 보고대회를 열어 참가자들에게 감사장을 주고 격려했다.
생활실험의 가장 큰 특징은 ‘측정’과 ‘기록’이었다. 참가자들은 첫 달인 8월에는 늘상 해오던 방식대로 일반쓰레기, 재활용품, 음식물을 배출해 기록했다. 9월부터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실천활동을 하면서 쓰레기 배출량을 기록했다. 실험참여 가구 실거주 가족 수를 고려해 1인 1일 배출량으로 집계했다. 이달까지 집계를 보면, 일반쓰레기는 실험 첫 달에 견줘 33%가 줄었고, 재활용품과 음식물 쓰레기도 20% 이상이 감소했다.
생활실험 참가자가 작성한 실천과제 진단표. 광주시민환경연구소 제공
참가자들은 감량방안을 꼼꼼하게 실천했다. 한 참가자는 실천과제 진단표에 ‘음식 안 남기기 실천’ ‘배달 음식 수저·젓가락 안 받기’ ‘텀블러 이용’이라고 적었다. 참가자들은 쓰레기 감량을 위해선 생산·유통 판매 단계에서 과대 포장을 줄여야 한다는 점도 짚었다. 최지현 광주시민환경연구소 이사는 “개인주택이 많은 동네에 거점별 재활용 수집공간을 마련하는 정책이나 주민들에게 밀접하게 다가갈 수 있는 환경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구와 광주시민환경연구소는 다음달 14일 토론회를 열어 생활실험의 성과를 평가해 개선방안을 찾을 방침이다. 내년에도 12개동 100명의 시민을 대상으로 100일간의 생활실험을 할 방침이다. 임택 동구청장은 “생활실험단 시민들의 실천내용과 의견을 쓰레기 감량 등 자원순환형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