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지원2동 내지천 도랑지킴이’ 회원들이 지난달 광주 동구 내지마을 내지천에서 생태교란 식물을 제거하고 있다.광주환경운동연합 제공
광주 도심 끝자락에 있는 내지천이 시민의 노력으로 깨끗했던 예전 모습을 되찾고 있다. 오염됐던 내지천엔 1급수종 물고기 버들치가 보일 정도로 수질이 회복됐다.
시민 10여명으로 구성된 ‘지원2동 내지천 도랑지킴이’는 10일 광주 동구 내남동 내지마을 현장설명회를 열어 지난 8개월간의 노력을 공개했다.
내지마을 60∼80대 주민들과 출향 인사들로 꾸린 ‘도랑지킴이’는 올해 5월부터 내지천을 살리기 위해 정성을 쏟았다. 광주와 화순 경계인 내지마을을 관통하는 실개천인 내지천은 한땐 빨래하거나 목욕을 할 정도로 깨끗했으나 주변에 농경지가 조성되고 마을 하수가 유입되면서 수질이 악화했다. 광주환경운동연합, 동구청, 한국수자원공사 영산강보관리단 등도 내지천 살리기에 힘을 보탰다.
이들은 “상류지역 하천부터 살려야 하류지역인 영산강도 깨끗해진다”고 생각해 정화활동에 나섰다. 시민들은 내지저수지에서 시작해 광주천까지 1.8㎞에 달하는 내지천을 찾아 농약병, 비닐 등 농업 폐기물을 줍고 곳곳에서 물길을 가로막고 있는 고사목 등을 치웠다. 도랑에는 물을 정화해주는 노랑꽃창포, 미나리 등을 심어 자연정화 능력을 키웠다. 창포는 물에 쓸려나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현재 뿌리를 내려 내년 봄 개화를 준비하고 있었다.
광주 동구 내지마을 내지천에서 잡힌 물고기. 환경 정비를 마친 내지천에서는 1∼3급수에 사는 버들치, 갈겨니 등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광주환경운동연합 제공
시민들의 노력으로 내지천은 예전 모습을 점차 되찾았다. 내지천에선 참붕어, 갈겨니, 버들치, 다슬기 등이 모습을 보였고 2급수 수질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지천은 인근 초등학교 생태체험학습장으로도 쓰이며 학생들이 자주 찾는 장소가 됐다. 양재정(65·여)씨는 “내지마을이 고향인 남편은 어렸을 적 내지천에서 가재를 잡곤 했었는데 더러워진 물을 보고 안타까워했다. 이젠 깨끗해진 도랑을 더 아름답게 가꿔 후손들에게 물려주겠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설명회를 찾은 이상용 환경부 장관 정책보좌관도 “내지천 살리기는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옛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내지마을을 친환경 농업, 전봇대 없는 마을 등으로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동구는 16일 성과보고회를 열어 내지천 살리기 결과를 공유한 후 다른 실개천 살리기 사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