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한 사립초등학교가 1학년 학생한테 점심시간에 놀지 말고 <명심보감>을 쓰도록 한 일로 ‘정서적 아동학대’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30일 광주 ㅅ초등학교와 광주시교육청 등의 말을 종합하면, 이 학교 1학년 담임교사가 ㅇ(7)군한테 지난 9월28일부터 지난 17일까지 점심시간 때 바깥에 나가 놀지 못하게 하면서 명심보감을 쓰거나 타자연습, 독서활동 등을 하도록 했다. 이 교사는 “1학년은 학습습관과 생활규범을 내면화하는 데 중요한 시기”라며 “하교 뒤에는 별도로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워 점심시간에 보충지도를 했다”고 밝혔다. 이 교사는 숙제, 준비물 등 자신의 지도를 잘 따르는 학생은 ‘으쓱이’, 빠트리는 학생은 ‘머쓱이’로 분류해 행동마다 점수를 부여하며 교실에 공개하고, 으쓱이보다 머쓱이가 많은 학생을 점심시간에 특별지도해왔다.
이 가운데 학급 32명 중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던 ㅇ군은 3교시 이후 11시40분~12시30분인 점심시간에 서둘러 급식을 먹고 교실에 앉아 <명심보감> 한글 문구를 베껴 써야 했다. ㅇ군의 아버지(41)는 “학업능력이나 생활습관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아들은 교실에 점수가 공개되고, 점심때 나가 놀지 못하는 통에 심한 압박을 받았다”며 “오죽하면 새벽 3~4시에 일어나 숙제를 해야 한다고 했겠느냐”고 하소연했다. 그는 지난 20일 잠자기 직전까지 웃고 떠들던 아들이 돌연 울음을 터뜨리는 이상행동을 보인 뒤에야 상황을 파악했다. 이튿날 학교에 항의했으나 ‘교육의 한 방식일 뿐’이라는 답변이 돌아오자 곧바로 아들을 전학시켰다. 그는 “준비물이나 과제물이 부족했다면 학부모한테 연락했어야 한다”며 “수개월 동안 교육이랍시고 아이를 학대한 교사를 해임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입장문을 통해 “아이들에게 좋은 습관을 길러주겠다는 교사의 열의가 높았다”며 “넉달 동안 1~5명의 학생이 점심시간 때 타자연습, 독서활동, 고전 필사 등을 했고, 시간도 점심 뒤 10~15분에 불과한 만큼 아동학대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학벌 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성명을 내어 “명심보감을 제시간 안에 쓰기 위해 물 마시거나 용변 볼 시간도 없었다고 한다”며 “행동이 지속된 기간과 횟수, 수준을 고려했을 때 정서적 아동학대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장휘국 광주교육감은 전날 간담회에서 “아직도 학교 현장에 이런 일이 있다는 게 부끄럽다”며 “사실관계를 확인해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광주시 서구 화정동 광주시교육청 현관 앞의 조형물.
광주의 한 사립초등학교가 1학년 학생한테 점심시간마다 <명심보감>을 필사하도록 했다가 아동을 학대했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독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