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가 수도계량기 검침 오류를 발견하지 못해 약 5억원의 수도요금을 날린 사건이 발생했다.
전주시는 2012년 1월부터 2020년 7월까지 8년7개월 동안 관내 대형 음식점에 수도요금 5798만원을 부과했다고 15일 밝혔다. 한 달 평균 56만3000원꼴인 셈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 음식점에 부과해야 할 수도요금은 모두 8억4000만9240원으로 7억8202만원가량을 덜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 달 평균 815만5429원을 부과해야 하는데, 759만여원을 안 받은 셈이다. 대형 음식점이 정상적인 수도요금의 6.9%만 내고 8년이 넘도록 장사를 한 것이다.
전주시는 이런 사실을 수도계량기를 교체하면서 뒤늦게 발견했다. 음식점이 입주한 건물의 수도계량기를 교체하던 2020년 8월에, 이 음식점이 실제 사용한 수돗물의 양보다 훨씬 적은 수도요금이 부과된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이유는 검침원 1명이 이 음식점을 담당하면서 수도계량기 사용량을 잘못 기재했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수도계량기 사용량은 6자리로 표기되는데, 마지막 자리를 소수점으로 착각해 5자리만 기재하는 바람에 액수가 실제보다 적었기 때문이다. 시는 뒤늦게 요금 회수에 나섰으나, 공공요금 징수 시효기간은 최근 3년으로 규정돼 실제 회수 금액은 2억6000만원에 그쳤다. 날린 5억2000여만원은 고스란히 세금으로 메꿨다.
전주시는 뒤늦게 수도 계량 검침원의 고의성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지만, 혐의가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에 따라 시는 검침원을 상대로 덜 부과한 수도요금 일부를 배상해야 한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전주지법은 청구를 기각하며 검침원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피고(전주시)가 장기간 검침의 오류를 발견하지 못한 관리소홀로 손해의 상당 부분에 영향을 미쳤고, 해당 사업장의 수도계량기 숫자를 잘못 검침한 것이 중대과실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부족하며, 적은 수수료를 받는 데 견줘 거액의 상수도 요금의 책임을 묻는 것은 가혹하다”고 판단했다.
전주시는 소송의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 항소를 포기했고, 검침원은 문제가 불거지자 사직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주시는 검침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 앞으로 2년 동안 디지털 계량기 설치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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