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양파재배 농민들이 전남 무안군 청계면에서 정부의 양파값 안정화 대책을 촉구하며 수확 직전의 양파밭을 갈아엎고 있다.전국양파생산자협회
양파재배 농민들이 양파값 폭락에 따른 정부 대책이 미흡하다며 수확 직전의 밭을 갈아엎었다. 이들은 정부가 실효성 있는 대책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오는 10일 상경투쟁을 한다고 예고했다.
한국양파연합회, 한국양파생산자협의회, 전국양파생산자협회는 4일 오전 전남 무안군 청계면 구로리에 있는 양파밭 2300㎡를 트랙터 등으로 갈아엎었다.
이들은 지난달 17일 정부가 수립한 ‘양파수급동향 및 수급대책’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양파값은 코로나19에 따른 외식산업 부진으로 수요가 감소했고 재배면적이 확대하며 지난해 2월 1901원이던 1㎏당 도매가가 올해 2월 453원으로 폭락했다. 최근 5년간 평균값 1166원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17일 ‘양파수급동향 및 수급대책’을 마련해 지방자치단체들에 전달했다. 지난해 수확한 저장양파의 전년 대비 증가분 2만t은 5월1일 이후로 출하를 연기하고 제주지역의 조생양파(3∼5월 수확) 밭은 지난해보다 증가한 규모인 44㏊를 출하정지(산지폐기)한다는 내용이었다. 출하연기는 1㎏당 100원을 선지급하고 5월에 20㎏ 한망이 8천원 이하로 떨어지면 100원을 추가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출하정지 지원금은 1평(3.3㎡)당 7440원이었다.
전국 양파 농민들이 4일 우리나라 최대 주산지인 전남 무안에 모여 양파값 안정화 대책과 코로나19 피해 농민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전국양파생산자협회
양파재배 농민들은 현실성이 없는 대책이라고 지적하며 2월23일 고흥군, 24일 제주도에서 양파밭을 갈아엎는 방식으로 투쟁에 나섰다.
양파는 5월까지 저장하면 썩기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가 신속하게 전량 수매 뒤 폐기하고, 출하정지 지원금은 생산비가 많이 드는 제주도의 경우 1만2000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지난달 25일 농림부는 기존 대책 그대로 확정하고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했다. 전국 양파 농민들은 이를 항의하기 위해 우리나라 양파 최대 주산지인 전남 무안에 모여 집회를 열었다.
농민들은 저장양파 2만t을 정부가 코로나 이전 수준인 1㎏당 500원에 수매해 폐기하고 이달 10일 이전에 조생양파밭 200㏊(제주 100㏊, 전남 100㏊)를 출하정지해야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3월20일까지 양파 평년 가격(1㎏ 850원)을 회복하지 못하면 조중생 양파 200㏊를 추가 폐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코로나로 피해를 본 중소상공인 재난지원금이 5차례 지급될 동안 농민은 소외당했다며 소비부진으로 피해를 본 농민에게도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요구도 덧붙였다.
전국양파생산자협회는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대선 직후인 이달 10일 대통령 당선인을 만나러 서울로 양파를 싣고 가겠다. 14일부터는 농림부와 기획재정부 앞에 모여 무기한 투쟁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