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광주공장 협력사인 풍기산업 광주공장에서 생산직 노동자 공두혁씨가 제품에 한 낙서(노란 원) 사진. 공씨는 이 낙서로 인해 해고돼 복직투쟁을 하고 있다. 공두혁씨 제공
생산된 차량 부품에 낙서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기아 협력업체 노동자가 900여일째 복직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지방·중앙노동위와 1심 법원이 부당해고라고 판정했지만, 회사는 해고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기아 광주공장 1차 협력사인 풍기산업 광주공장 생산직 사원 공두혁(52)씨는 2019년 9월10일 해고됐다. 그해 7월19일 오전 출하를 앞둔 차체 부품 15개에 칠판펜(보드마커)으로 동료 이름을 써넣는 장난을 했다는 게 해고 사유였다.
노조 간부인 공씨는 잠을 쫓기 위한 장난이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작업장에는 평소 검수를 통과한 차체 부품에 ‘이상 무’라고 써넣기 위해 보드마커와 이를 수정하거나 지울 때 쓰는 물파스가 놓여 있는데, 장난친 뒤 물파스로 지우려고 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낙서 장난은 작업반장에게 보고되며 일이 커졌다. 회사는 낙서로 인해 제품이 훼손됐고, 이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생산라인이 중단돼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며 징계 절차를 밟았다. 회사는 경위 조사에 나섰고, 그해 7월26일 공장 내부를 무단 촬영하고, 생산설비를 임의로 조작했다는 혐의도 징계사유에 추가했다. 2003년 2월 입사 당시 2년제 전문대학 졸업 사실을 누락하고 입사 자격요건인 고교 졸업만 기재한 점도 위장취업에 해당한다며 징계사유에 추가했다.
공씨는 회사 쪽에 “낙서 장난은 반성하지만 제품을 훼손하지는 않았다. 사진 촬영과 조작판 임의조작은 노조 안전부장으로서 천장 누수와 작업물량 등을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항변했다. 그는 또 학력 허위기재는 “생산직 취업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반박했다. 회사는 두차례 징계위원회를 열어 공씨에게 해고 처분을 내렸다.
공씨는 노조 탄압을 위해 불합리한 사유로 해고됐다며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고, 지노위는 그해 11월 노조 탄압은 인정되지 않지만 해고는 부당하다고 판정했다. 회사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요청했고, 중노위도 이듬해 2월 낙서와 학력 허위기재 등은 징계사유지만 해고는 과도하다고 판정했다.
이에 회사는 김앤장을 선임해 중노위 판정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 제3부(재판장 유환우)는 2021년 4월 “낙서로 인해 생산라인이 20여분 중단됐을 뿐 막대한 손실을 끼쳤다고 보기 어렵다. 학력 허위기재를 위장취업으로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회사는 위장취업 불인정 부분에 항소를 제기했고, 항소심 재판이 1년 가까이 진행 중이다.
공씨는 “3년째 복직투쟁을 하느라 퇴직금, 저축금을 다 쓰고 택배 분류 일을 하며 네 식구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회사가 일개 노동자인 나에게 이런 처사를 하는 것은 노조활동을 방해하기 위한 행위로 보인다. 끝까지 싸워 복귀하겠다”고 말했다.
이 사안과 관련한 <한겨레> 문의에 풍기산업 광주공장 총무부는 “공식 입장이 없다”고 답변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