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지역 9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광양여순10·19시민연대’가 지난 16일 출범식을 열고 여순사건 진상규명과 기념사업에 광양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시민연대 제공
‘여순사건 특별법’이 시행된 지 두 달을 맞았지만, 전남 광양지역은 다른 지역보다 피해 신고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순사건’은 1948년 10월19일 여수에 주둔하고 있던 국군 일부 부대원이 ‘제주 4·3사건’을 진압하라는 명령에 반발해 봉기한 사건이다. 이 과정에서 민간인 등 1만여명이 숨졌지만, 제대로 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국회가 지난해 6월 말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을 통과시켜, 올해부터 조사가 추진 중이다.
17일 전남도 ‘여순사건지원단’이 집계한 피해 신고 건수를 보면 특별법이 시행된 1월20일부터 전날까지 모두 460건이 접수됐다. 여수가 144건, 순천 98건, 고흥 56건, 구례 33건 순이었다. 그러나 대표적 피해 지역으로 꼽히는 광양시는 17건에 그쳤다. 신고기한은 내년 1월20일까지다.
박발진 ‘광양여순10.19연구회’ 회장은 “광양은 1948년 10월부터 지리산 입산 금지가 해제된 1955년 4월까지 장시간 핍박당하며 아픈 기억을 들춰내기 싫은 분위기가 팽배해 신고가 저조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여순사건 당시 반란군은 지리산과 이어진 광양 백운산을 거점으로 활동해 시민들은 6·25전쟁 이후까지 군경토벌대와 반란군 사이에서 희생당했다. 이로 인해 광양에서는 여순사건 언급이 금기시되며 유족회 활동이 자리잡지 못했고 추모탑이나 학살지 안내판 등이 전무하다. 관련 연구도 미흡한 상황이다. 지난해 말에야 민간단체 ‘광양여순10.19연구회’가 발족했다. 이 단체는 광양의 여순사건 피해자를 612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광양시는 3억원을 들여 여순사건 기념일 전에 위령탑, 유적지 안내판 등을 설치할 계획이지만, 아직 장소조차 선정하지 못했다. 또 광양시의 여순사건 조사원은 2명으로, 여수와 순천(각 5명)의 절반 수준이다.
9개 시민단체로 꾸려진 ‘광양여순10∙19시민연대’는 지난 16일 출범식에서 “광양시는 조속히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기념사업을 추진하고 조사원도 늘려 피해 신고를 설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이왕신 광양시 여순사건 담당 주무관은 “추모탑 장소는 역사적 의미와 접근성을 고려하기 위해 용역을 발주했다. 조사원 수는 국가 예산에 따라 전남도에서 배정하기 때문에 시에서 관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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