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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 순교자 유해 발굴지 전북 완주 바우배기 묘지 원형 보존 중요”

등록 2022-03-31 15:22

조광 전 국사편찬위원장, 학술 강연서 밝혀
지난해 진행한 전북 완주군 초남이성지의 순교자 유해 발굴 현장 모습. 천주교 전주교구 제공
지난해 진행한 전북 완주군 초남이성지의 순교자 유해 발굴 현장 모습. 천주교 전주교구 제공
지난해 3월 한국 최초의 천주교 순교자 3인의 유해가 발굴된 초남이성지와 인근 바우배기를 개발하지 말고 원형대로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런 주장은 전북 완주군과 국립완주문화재연구소, 천주교 전주교구 호남교회사연구소가 31일 완주군청 대회의실에서 공동주최로 연 ‘초남이성지 역사 재조명과 종교문화유산으로서의 위상 제고 방안을 위한 2차 학술세미나’에서 나왔다.

조광 고려대 명예교수(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는 이날 ‘조선후기 정치·사상적 변화와 천주교’라는 주제의 기조강연에서 “1791년(신해박해) 순교자 윤지충과 권상연의 죽음으로 귀결된 ‘진산사건’은 한국의 첫 천주교 박해사건으로 조선 천주교사회에 새로운 분기점을 마련해줬다. 이 사건의 역사적 의미를 규정하는 작업을 다져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초남이성지에 모셔진 복자 윤지충·권상연·윤지헌 유해 안치 사진. 완주군 제공
초남이성지에 모셔진 복자 윤지충·권상연·윤지헌 유해 안치 사진. 완주군 제공
진산사건은 1791년(정조 15년) 전라도 진산(지금의 충남 금산)에서 천주교 신자 윤지충이 모친상을 당한 후 모친의 제사를 폐하고 신주를 불태운 윤지충과 그에게서 교리를 받은 권상연이 참형을 당한 천주교 박해사건이다. 천주교 전주교구는 지난해 3월 호남 천주교가 처음 발원한 완주군 이서면 초남이성지에서 북쪽으로 1㎞ 떨어진 바우배기라는 곳을 정비하던 중 유해를 발견했고, 그해 9월 윤지충·권상연·윤지헌(윤지충 동생) 3명의 유해를 공식 확인했다.

그는 “순교자들의 묘소 발굴에 따른 유적·유물의 보전문제를 언급하자면, 이곳을 가꾸려는 사람들은 오늘날 로마 시내 중심부 가까이에 있는 ‘포로 로마노’(Foro Romano)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마에 있는 포로 로마노는 ‘로마인의 광장’이라는 뜻으로, 고대 로마인들이 모여 활발히 활동했던 원로원과 사원, 개선문 등 과거의 흔적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기둥과 초석만 남아 있는 곳도 있다고 한다.

전북 완주군 초남이성지에서 태어난 전라도 지역 최초의 신자 유항검의 생가 터 등을 드론으로 찍은 사진. 완주군 제공
전북 완주군 초남이성지에서 태어난 전라도 지역 최초의 신자 유항검의 생가 터 등을 드론으로 찍은 사진. 완주군 제공
그는 “이탈리아 사람들은 로마 시대 유적을 보전했지 복원하지 않았다. 복원된 건물보다 남아 있는 흔적 자체가 더 소중하다고 건설하게 판단했기 때문이다. 소박한 무덤은 소박한 대로 보존될 때 유해가 발굴된 바우배기 성지가 더욱 성지다워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우배기에 거대한 건물들로 외적 화려함을 자랑하기보다, 내적 충실성을 다져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순교자들의 정신을 널리 알리는 일을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31일 전북 완주군 청사에서 초남이성지 역사 재조명 등을 위한 세미나가 열렸다. 완주군 제공
31일 전북 완주군 청사에서 초남이성지 역사 재조명 등을 위한 세미나가 열렸다. 완주군 제공
그는 “신분제적 질서를 무너뜨리고 평등한 사회를 열기 위한 순교자들의 실천적 행동으로 (사회가) 더욱 확실하게 전환할 수 있었다. 진산사건 연구는 이런 역사적 검토를 심화시켜 나가야 하고, 동시에 현대 교회의 가르침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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