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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오피스텔 2m 옆 아파트 공사…위험 호소에도 구청 ‘뒷짐’

등록 2022-03-31 18:49수정 2022-04-01 02:30

광주 월산동 주상복합 공사 갈등
5층건물 벽 균열, 소음·침수 피해
남구청, 수차례 민원에도 미온적
‘현산 붕괴 사고 잊었나’ 지적일어
광주 남구 월산동의 한 오피스텔 옆에서 진행되고 있는 진아리채 리센츠 주상복합아파트단지 공사 모습. 박금열씨 제공
광주 남구 월산동의 한 오피스텔 옆에서 진행되고 있는 진아리채 리센츠 주상복합아파트단지 공사 모습. 박금열씨 제공

두차례 아파트 붕괴사고를 겪은 광주에서 신축아파트 공사가 위험하다는 민원이 제기됐지만 관할 구청이 소극적으로 대응해 뒷말이 나오고 있다.

광주 남구 월산동에서 5층짜리 오피스텔(45가구)을 운영하는 박금열씨는 31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난해 6월부터 오피스텔 바로 옆에서 아파트 공사를 위한 건물 철거에 이어 올해 1월부터 터파기 공사가 진행돼 입주민들이 큰 고통을 받고 있지만 남구청은 ‘건설사와 알아서 해결하라’며 외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월산동 36-8 일대 5531㎡ 땅에 2024년 8월까지 25층, 27층 2개동(총 165가구) 규모의 진아리채 리센츠 주상복합아파트를 짓기 위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시행은 ㈜제이원시티, 시공은 광주 중견 건설사인 진아건설의 자회사 리채건설과 아이리스건설이 맡았다.

박씨는 “건설업체로부터 공사와 관련한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한 상황에서 올해 1월부터 오피스텔 담장 2m 밖에서 터파기 공사가 진행돼 소음과 건물 균열 피해를 보았다”며 “건물 외벽과 바닥 곳곳에 금이 갔고 지하주차장엔 지하수가 유입됐다”고 말했다. 여기에 소음 등 피해를 호소하며 10여가구가 이사했다고 한다.

박씨는 지난해부터 남구청 건축과에 전화로 민원을 넣었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어 올해 1월26일 남구청 민원실에 민원서류를 냈다고 밝혔다. 남구청 건축과 담당 공무원은 3월12일에야 현장점검을 나와 박씨와 공사업체 관계자들에게 ‘서로 협의를 잘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 남구 월산동 청희오피스텔 직원이 인근 아파트 공사로 인해 금이 간 건물 지하실을 살펴보고 있다. 박금열씨 제공
광주 남구 월산동 청희오피스텔 직원이 인근 아파트 공사로 인해 금이 간 건물 지하실을 살펴보고 있다. 박금열씨 제공

박씨는 공사 소음이 여전하자 지난 15일 김병내 남구청장에게 진정서를 전달했고, 이튿날 현장을 방문한 김인호 남구청 건축과장은 “공사에는 문제가 없다. 공사로 손해를 봤다면 민사소송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박씨는 지난 17일 남구청 감사담당관실, 18일 김광수 남구의원실에 무성의한 남구청의 대응을 지적하는 진정서를 냈다. 남구청 건축과는 21일 박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1월26일과 3월17일 접수한 민원이 처리됐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민원처리법을 보면 고충민원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7일 안에 처리해야 한다.

양영환 남구청 건축과 주무관은 “1월 민원 접수 후 곧바로 현장을 확인했고 공사업체에 연락해 조치를 요구했는데 답변을 받지 못해 민원 처리가 늦어졌다”며 “건물 붕괴 우려 등 심각한 피해 사항은 확인할 수 없었다. 민원인이 요구하는 피해보상은 공사업체와 민사로 해결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소음 관련 민원을 담당하는 남구청 환경생태과는 22일과 30일 현장지도점검을 나와 주간공사 소음기준(70㏈·데시벨)을 넘어선 86㏈과 79㏈의 소음을 측정했고, 건설업체에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올해 1월 6명이 숨진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와 관련해서도 지난해 공사장 인근 주민 민원이 접수됐지만, 서구청 담당 공무원은 현대산업개발 쪽에 미리 민원 내용을 알려주고 현장점검을 나간 사실이 경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해당 공무원은 업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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