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광주광역시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광주인권사무소가 연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14주년 기념정책 토론회’에서 장애인 인권활동가들이 코로나 시대 장애인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광주인권사무소 제공
“지난 2년간 코로나에 걸릴 걱정보다는 선별진료소에 데려다줄 사람에게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일이 더 힘들었습니다.”
13일 광주광역시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광주인권사무소가 연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14주년 기념정책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나선 장애인 인권활동가들은 코로나19 시대 장애인들이 겪은 고통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시각장애인이자 독거 남성인 강상수(34) 오방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인권교육활동가는 “남성 시각장애인인 나에게 지난 코로나 시국은 긴장과 불안의 연속이었다”며 “코로나19 발생 초기 선별진료소를 가기 위해 장애인 콜택시를 부르면 한심하고 생각 없는 사람 취급을 당했고 119에 도움을 요청하면 ‘바쁜데 귀찮게 한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강씨는 “광주시 등 보건당국은 코로나 브리핑 때마다 선제 대응을 위해 자발적 검사를 강조했지만 사회는 장애인들에게 야박했다”며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선별진료소를 다녀올 때마다 감염에 대한 걱정보다는 양심의 가책을 느껴야 했다”고 주장했다. 또 “눈으로만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자가진단도구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진동이나 소리로 결과를 알려주는 등의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같은 센터 소속이자 뇌병변 장애가 있는 윤희영(46·여) 활동가는 “코로나 발생 이전에는 광주시가 지원하는 임대아파트에서 지내며 전동휠체어를 타고 쇼핑이나 여행 등 여가활동을 즐겼다”며 “코로나 이후에는 감염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함으로 집 밖에 나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윤씨는 “그러던 중 지난달 8일 신속항원검사에서 코로나 양성이 나왔다”며 “당시 교통약자 이동지원 차량을 이용할 수 없어 전동휠체어를 타고 집 근처 병원으로 가 피시아르(PCR)검사를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 양성 판정이 나오자 활동지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었고 병원 입원도 현실적으로 어려웠다”며 “결국 시골에 있는 70대 어머니에게 도움을 요청해야만 했다. 어머니도 저로 인해 코로나에 감염됐다”고 밝혔다.
윤씨는 “저는 어머니라도 있지만, 무연고 장애인은 코로나에 걸리면 사실상 혼자 방치되는 상황”이라며 “활동지원 서비스 공백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중증장애인은 증상 정도에 상관없이 집중 관리 군에 포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배현 광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자립지원팀 부장은 “최근 코로나 종식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장애인을 비롯한 취약계층은 여전히 위기 상황”이라며 “정부와 자치단체는 ‘자기 돌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만 자신을 스스로 돌볼 수 없는 취약계층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광주인권사무소는 이날 토론회 내용과 점검 결과를 토대로 장애인 인권침해와 차별, 돌봄 공백 등의 대책을 논의할 방침이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