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석 ‘제42주년 5·18민중항쟁 전북행사위원회’ 공동대표가 11일 전북대 민주광장에 있는 고 이세종 열사 추모비 앞에서 학술제 등에 대해 말하고 있다. 박임근 기자
“5·18민중항쟁을 특정 지역에 묶어 지역사건으로 한정하지 않고, 전국화하기 위해 전북에서 처음으로 5·18학술제를 준비했습니다.”
김순석(59) ‘제42주년 5·18민중항쟁 전북행사위원회’ 공동대표는 전북에서 처음으로 여는 5·18학술제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5·18민중항쟁은 국가권력이 민중에게 자행한 부당한 폭력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아야 하는 전국적 사안이다. 당시 광주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신군부를 반대하는 시위가 일어났고, 이는 부패세력에 맞선 4·19혁명 등을 잇는 공동체 저항정신의 발로였다”고 말했다.
2020년 5월17일 열린 고 이세종 열사 추모식의 모습. 전북행사위원회 제공
학술제는 ‘5·18 첫 희생자 이세종과 전북지역 5월 항쟁’을 주제로 20일 오후 2시 전북대 박물관에서 열린다. ‘전북의 민주화운동에서 5·18의 의미와 역할 조명’, ‘5월항쟁의 지평 확대를 위한 전북지역 기억 투쟁-5·18 첫 희생자 이세종을 중심으로’ 등의 주제발표가 있다.
“5·18 최초의 희생자인 이세종 열사는 18년이 지난 뒤 1998년에서야 희생자로 인정받고, 다음해에 5·18국립묘역에 안장됐습니다. 사망시점이 가장 앞서고 주검에 대한 의사소견도 있지만, 이 열사 죽음에 대한 진상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데다가, 첫 희생자라고 공식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학술제를 여는 이유입니다.”
전북대 민주동문회장인 그는 “이세종 한 명을 영웅화하는 게 아니라, 국가폭력 책임자를 규명하고, 이를 밝히는 것이 민주화를 완성하는 과정이다. 이는 5·18이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음을 반증하는 셈으로 앞으로의 지향점”이라고 강조했다.
김순석 ‘제42주년 5·18민중항쟁 전북행사위원회’ 공동대표가 11일 전북대 민주광장에 있는 고 이세종 열사 추모비 앞에서 말하고 있다. 박임근 기자
이세종 열사(당시 20·전북대 농학과 2년 재학)는 1980년 5월17일 전북대 제1학생회관에서 ‘비상계엄 철폐 및 전두환 퇴진’을 요구하며 농성하던 중 18일 0시부터 비상계엄이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계엄군이 교내로 진입하자 학생회관 옥상으로 달아났다. 그 뒤 18일 새벽 6시께 학생회관 옆에서 온몸이 피투성이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단순 추락사로 발표했다. 그의 주검을 검안했던 이동근 전북대병원 교수는 훗날 “두개골 골절과 간장 파열은 추락이라는 한 가지 원인에 의해 동시에 발생할 수 없다”며 계엄군의 집단폭행 의혹을 제기했다. 2002년 학술세미나에서 이민규 순천향대 교수는 “5·18 최초의 희생자는 이세종”이라고 밝혔다.
“학술제를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세월이 흘러 증언해 줄 분들이 많이 돌아가셨고 자료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각계에 흩어진 자료 조각들을 모아서 공유하고 객관화 작업을 위해 크로스체크를 했습니다. 늦게나마 학술제를 계기로 자료를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제42주년 5·18민중항쟁 전북지역 행사 내용.
17일 오후 5시에는 기념식·추모식이 전북대 민주광장에서 열린다. 올해는 이 열사 추모식을 행사위원회와 전북대학교, 총동창회, 총학생회가 공동주관했다. 전북대는 1억2900만원을 들여 이 열사의 추모비가 있는 민주광장을 새로 단장했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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