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호남

“그대, 참으로 고생하셨소”…정동년 이사장, 5·18묘지에 영면

등록 2022-05-31 15:46수정 2022-05-31 15:56

5·18단체, 국민훈장 추서 건의
31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고 정동년 5·18기념재단 이사장의 영결식에서 유족이 추도사를 하고 있다.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31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고 정동년 5·18기념재단 이사장의 영결식에서 유족이 추도사를 하고 있다.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그대는 참으로 많은 고생을 했소. 광주의 진상을 밝히고 민주주의가 꽃피도록 노력한 그대의 공은 영원히 잊히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편하게 쉬길 바라네.”

고 정동년 5·18기념재단 이사장의 60년 지기이자 민주화투쟁 동지였던 박석무(80) 전 국회의원은 31일 광주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영결식에 참석해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정 이사장과 박 전 의원은 1964년 6·3 한·일회담 반대운동 때 만나 평생 가깝게 지냈다.

정 이사장의 5·18민주국민장 장례위원회 상임위원장으로 가장 먼저 이름을 올린 박 전 의원은 “고인은 한평생 민주투사의 길을 걸었고 지난해 5·18기념재단 이사장과 올해 5·18 기념행사 상임위원장을 맡아 기념사업을 이끌다 누적된 피로가 끝내 목숨을 앗아갔다는 생각에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이날 오후 국립5·18민주묘지 2묘역(1-149)에서 영면에 들었다. 5·18단체는 정부에 정 이사장의 국민훈장 추서를 건의하며 정신을 계승할 계획이다.

장례위는 이날 오전 8시30분 발인식에 이어 오전 9시30분 5·18 최후 항쟁지인 옛 전남도청 앞에서 영결식을 열어 고인의 생애를 조명하고 추모하는 자리를 가졌다. 영결식에는 부인 이명자 전 오월어머니집 관장 등 유족과 박 전 의원 등 지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인 지선 스님과 고희범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 등 민주화운동 단체 관계자, 시민, 학생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31일 국립5·18민주묘지 2묘역에서 고 정동년 5·18기념재단 이사장의 안장식이 열리고 있다.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31일 국립5·18민주묘지 2묘역에서 고 정동년 5·18기념재단 이사장의 안장식이 열리고 있다.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고인의 장례행렬은 5·18기념재단과 전남대학교를 들러 후배 등과 마지막 인사를 한 뒤 안식처인 국립5·18민주묘지 2묘역에 도착했다.

1980년 5·17 비상계엄 확대조치로 정 이사장과 함께 예비검속된 김상윤(73) 윤상원기념사업회 고문은 “1982년 특별사면으로 죽음에서 벗어난 동년 형님은 교도소를 나오며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웃음으로 우리를 맞았다. 동년 형님은 빼어난 전략가도 아니고 명민한 기획자도 아니지만 자기가 갈 길이라면 뚜벅뚜벅 걷는 분이었다”고 추도사를 했다.

큰아들 재헌씨는 “아버지는 저에게 거대하고 어려운 존재였지만 손녀딸에게는 천사같이 다정다감했다. 돌아가시기 바로 전날까지도 5·18 행사에 참여해서 5월의 미래를 고민하시던 당신의 모습을 이제는 더는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장남으로서 가슴이 많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5·18기념재단 등 5·18단체는 전날 정 이사장의 장례식장을 방문한 박민식 국가보훈처장과 정부 관계자들에게 정 이사장의 국민훈장 모란장 추서를 건의했다. 모란장은 정치·경제·사회·교육·학술 분야 유공자에게 수여하는 2등급 훈장으로, 군부와 유신정권에 저항했던 조성만 열사, 고 신현봉 신부, 고 김철수 서울대 명예교수 등이 받았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정 이사장님이 걸어온 길을 봤을 때 훈장 추서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정부에 건의했고 정부 관계자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 이사장님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5·18정신의 헌법전문 수록 등 남은 과제를 성실해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 이사장은 1964년 전남대를 다니며 한·일 굴욕외교 반대 시위를 하다 구속, 제적됐고 1980년 5·17 비상계엄 확대 조치 땐 신군부의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에 엮여 사형선고를 받는 등 한평생 민주화운동에 헌신했다. 정 이사장은 지난해 5·18기념재단 이사장과 올해 5·18민쟁항쟁기념행사위원회 상임위원장을 맡아 5·18기념사업을 이끌었으며 29일 급성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났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1.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2.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3.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4.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5.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