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도심에 호수까지 품고 있는 덕진공원은 전북도민이라면 누구나 아련한 사연 하나쯤 간직한 추억의 장소다. 신록이 눈부신 5월이나 연꽃이 만개하는 7~8월이면 덕진호 주변은 ‘인생컷’을 건지려는 여행객과 사진작가들로 분주하다. 연인들이 주로 타는 오리배는 오랫동안 낭만의 상징이었다. 주변엔 시인 신석정의 시비와 동학농민혁명 지도자인 전봉준 장군의 동상과 김개남 장군 추모비가 있다. 공원 경내에 시민갤러리도 있어 문화공간 구실도 톡톡히 한다. 이런 덕진공원이 전통·생태·문화가 담긴 한국전통정원으로 새단장이 한창이다.
전주 덕진공원에 있는, 연꽃 위에 드러난 석교 형태의 연화교 모습. 전주시 제공
전주시는 2015년부터 2024년까지 ‘10년 사업’으로 덕진공원 리모델링 사업을 벌이고 있다. 종전의 철제 구조물인 연화교와 노후화가 심각한 연화정을 철거한 뒤 전주의 정체성을 담아 재건축했다. 연화교는 전통 석교 형태로 거듭났고, 연화정은 전통 한옥 형태의 도서관으로 다시 지어 지난 2일 문을 열었다. 연면적 393㎡ 규모로 ‘ㄱ’자 형태의 단층 건물에 도서관 공간인 연화당, 문화공간과 쉼터 역할을 하는 연화루로 꾸몄다.
지난 2일 연화정도서관 개관식이 열렸다. 전주시 제공
한옥 목구조 형태를 갖춘 연화정도서관의 모습. 전주시 제공
김승수 전주시장은 개관식에서 “한 도시의 공간은 그 도시가 추구하는 가치와 시민들의 삶을 가장 의미 있게 상징한다. 연화정도서관은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시대를 끌어가는 책의 도시 전주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 12월 돌다리 형태로 재탄생한 연화교는 너비 3m, 길이 284m로 확장돼 휠체어 이용자와 유아차의 이동이 수월해졌다. 새 연화교는 아치교 형태에 난간을 전통 담장 형식으로 꾸몄다. 1980년에 준공한 종전 연화교는 2015년 정밀안전진단 결과, 주요 부재의 결함으로 긴급 보수·보강이 필요한 상태인 D등급 판정을 받아 안전사고 우려가 컸다.
2020년 12월 전주 덕진공원에 석교로 만든 새 연화교가 등장했다.(위) 2018년 11월까지 있다가 철거된 현수교 형태의 옛 연화교 모습.(아래) <한겨레> 자료사진, 전주시 제공
전주시는 앞으로 연못 조망과 휴식을 위한 수변 쉼터와 야간경관 조명 등을 추가로 조성할 방침이다. 서배원 전주시 문화관광체육국장은 “덕진공원은 전주의 명물이자 시민의 추억이 서린 생활 역사 공간이다. 아동과 관광 약자까지 배려한 시설 조성으로 한옥마을과 함께 전국적 관광명소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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