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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 동포 한국살이 정착 도울 수 있어 기뻐요”

등록 2022-06-21 19:55수정 2022-06-22 02:33

광주 광산구 외국인 명예통장 18명
구청 정보 등 옮겨 단톡방에 올려
외국인 주민과 행정기관 다리 노릇
지난 5월20일 세계인의 날 행사 홍보를 위해 외국인 주민 명예통장들이 자국 의상을 입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광산구청 제공
지난 5월20일 세계인의 날 행사 홍보를 위해 외국인 주민 명예통장들이 자국 의상을 입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광산구청 제공

“타이에서 오신 분들을 위해 구청 자료를 번역해 단톡방에 올려줘요.”

위한나(43) 광주 광산구 외국인 주민 명예통장은 21일 “내가 돈이 많은 사람은 아니지만, 나보다 더 어려운 고국 분들을 도와줄 수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위씨 등 중국과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등 11개국 출신 18명이 광산구 외국인 주민 명예통장들이다. 국제결혼 이주여성 위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3399명에게 구청 정보 등을 타이어로 번역해 안내한다. 그는 최근 광주 하남산단에서 공장 일을 하다가 프레스에 손가락이 잘린 46살 타이 사람이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 판정을 받도록 도왔다. “손가락 수술을 받았던 그 사람이 배가 아프다고 해 병원에 가서 시티(CT)를 찍었더니 37㎝ 종양이 있었어요. 그래도 주변의 도움으로 무사히 수술을 받았어요. 그 사람이 한국을 좋아해요.”

2013년부터 위촉된 광산구 외국인 주민 명예통장단은 올해로 5기째다. 광산구 관내 사는 2만2천여명의 다문화가정, 외국인 노동자, 재외동포 등과 행정기관을 연결하는 다리 노릇을 한다. 호홍옌(41) 광산구 다문화팀 임시직 공무원은 “구청의 외국인 지원 정보나 비자·출입국관리국관리사무소 공문 등을 자국 언어로 번역해 페이스북이나 단톡방에 올린다”고 말했다. 이들은 다달이 두 번째 화요일마다 월 1회 회의을 한다. 미등록 외국인의 통역과 외국인이 연루된 사건 조사, 혼인·세금 신고 등도 나서서 돕는다. 이들은 지난해 코로나19가 광주에서 한창 퍼져갈 때 임시선별검사소에서 통역을 돕는 등 방역에도 큰 역할을 했다. 광산구는 지난해부터 통장 활동 수당으로 월 10만원씩을 지급하고 있다.

광산구의 제5기 외국인 주민 명예 통장단. 광산구청 제공
광산구의 제5기 외국인 주민 명예 통장단. 광산구청 제공

외국인 주민 명예통장은 환자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된다. 몽골 출신 오은아(42) 외국인 주민 명예통장도 “광주에 사는 몽골 출신 남성이 배가 아파 병원에 갔는데 병명을 알아듣지 못했다고 연락이 와 알려줘 치료를 받았다”고 말했다. 광주에 사는 몽골 사람들은 1500~2000명 정도다. 오 명예통장은 다문화 사회 이해교육 강사로 광산구 안 어린이집, 초·중학교에 나가 일주일 5일간 강의도 한다. 그는 “다문화 사회 이론교육을 한 뒤 자기 나라 이야기를 한국어로 강의한다. 학생들과 만들기 체험을 한 뒤, 그날 가르쳤던 내용을 퀴즈로 내 수업을 마무리한다. 재미있어한다”고 말했다.

광산구는 외국인 숫자가 늘면서 다문화 전담팀을 둬 외국인 지원 행정을 체계적으로 펼치고 있다. 채와라 광산구 다문화정책팀장은 “다문화 전담팀이나 명예통장 등이 있으면 외국인 노동자들이 소문을 듣고 거주지를 옮겨 온다”고 말했다. 외국인 주민 명예통장들은 “10~15년 전 우리가 국제결혼을 해 한국에 왔을 때와 비교하면 이주여성과 이민자들에 대한 시선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입을 모았다. 한 명예통장은 “다만, 아직도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놀림을 받는 아이들이 있어 또래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불법 체류자들 사이에서 출생한 아이들은 국적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사진 광산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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